파트리스 쉐로 감독(56)의 ‘인티머시’(Intimacy)의 금곰상 수상은 현지에서도 놀라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 이혼남이 자신의 성적 파트너를 추적하면서 애정없는 성적 강박관념에 사로잡히는 과정을 그린 이 영화는 노골적 성묘사로 ‘포르노에 가깝다’는 평을 들었기 때문이다. 영화제는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영화를 좋아하다는 점을 확인시켜준 셈이다.
이 영화의 주연배우 케리 폭스는 여우주연상(은곰상)을 받았다.
반면 유력한 작품상 후보로 꼽혔던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트래픽’(Traffic)은 남우주연상(은곰상·베니치오 델 토로) 수상에 그쳤다.
베를린영화제는 90년부터 지난해까지 11년간 6편의 미국영화에 금곰상을 안겨줄만큼 미국영화 선호가 심했다. 게다가 이번에는 미국 출신으로 20세기폭스사 전 회장인 빌 미케닉이 심사위원장으로 9명의 심사위원을 이끌었기 때문에 미국 영화에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그러나 심사위원장의 이런 전력이 오히려 ‘트래픽’에 불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체 심사결과에서도 남우주연상 외엔 다른 수상작을 못낸 미국영화에 비해 유럽과 아시아영화의 강세가 뚜렷했다.
유럽영화로는 덴마크 로네 쉐르피그 감독의 ‘초보자를 위한 이태리어’(심사위원상)와 스페인 루크레치아 마르텔 감독의 ‘라 시에네가’(알프레드 바우어상)가 수상했다. 아시아영화로는 중국 왕샤오슈에이 감독의 ‘베이징 자전거’(심사위원대상·은곰상)와 대만 린청셩 감독의 ‘빈랑열매의 아가씨들’(감독상·은곰상)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기대를 모았던 ‘공동경비구역 JSA’은 수상에 실패, 한국영화는 94년 장선우감독의 ‘화엄경’(알프레드 바우어상) 이후 본상 수상작을 한 편도 내지못했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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