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日 <한번 더 키스를>, 한일간의 벽을 허무는 드라마

  • 입력 2001년 2월 21일 18시 35분


‘한번 더 키스를’

제목부터 약간 애절한 느낌을 주는 이 드라마가 요즘 일본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매주 화요일 밤 11시부터 45분간 공영방송 NHK가 방영하는 10회분 드라마다. 1월 9일부터 방영을 시작해 내달 13일 끝난다. 20일 7회분이 방영됐다.

이 방송은 여러 가지 면에서 특이하다. 우선 공영방송도 드라마를 만들면 얼마든지 히트작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 더구나 완전히 상업성을 배제했기 때문에 신선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일본 청년과 한국 여성의 러브스토리를 다뤘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그것도 요즘은 어디에도 없을 것 같은 순수한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재능은 있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일본인 음악도 사에구사 아유무(구보즈카 요스케)와 한국의 유명 여가수 영화(일본명 레이카·윤손하)가 문화나 사고방식의 차이를 극복하고 사랑을 이뤄가는 것이 기둥 줄거리다. 한국에서 촬영한 부분도 많아 일본 시청자들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NHK의 이 드라마 홈페이지에는 21일 현재 600여건이 넘는 감상문이 쏟아져 들어왔다.

“나도 모르게 매주 화요일 밤 11시에는 이 드라마를 보는 것이 습관이 되어 버렸습니다. 드라마를 볼 때 마다 마음이 애잔해집니다. 이 작품은 책으로 나옵니까. 나온다면 반드시 사겠습니다.”(17세,여성)

“조용하게 흐르는 아름다운 음악과 영상, 마음이 가라앉는 스토리. 오랜만에 마음에 스미는 드라마입니다. 음악 영상 대화 배역, 모든 것이 완벽합니다.”(29세, 남성)

“이 드라마를 보고 나면 오랫동안 여운이 남습니다. 몇주 동안은 다른 방송국의 드라마를 볼 마음이 전혀 생기지 않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습니다.”(29세, 남성)

시청자들의 반응 속에는 윤손하와 한국에 대한 언급도 많이 눈에 띈다.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높이는데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윤손하씨에게 놀랐다. 아름다운 동양여성, 그 자체다. 한 눈에 반해 버렸다. 이런 여배우가 있었다니…” “아름다운 여배우에 반해 한국에 대한 관심도 끓어올랐다. 오늘 밤 다른 방송국에서 한국영화를 방영한다고 하는데 그쪽에 대해서도 흥미가 생겼다.”

이 드라마가 왜 이처럼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일까.

대체로 남자 주인공에게서는 오늘을 살고 있는 일본 젊은이의 전형을 발견한 것 같고, 여자 주인공에게서는 지금은 잃어버린 옛날 여인상에 대한 향수를 느끼는 것 같다.

전혀 급하지 않게 한폭의 수채화처럼 그려나가는 것도 시청자들을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드라마 전편에 흘러넘치는 조용한 오리지널 음악에 매료됐다는 사람도 많다.

최근 한일간의 문화 교류는 정신이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드라마를 통한 교류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이번 NHK 드라마는 양국의 방송 교류가 두 나라의 보이지 않는 담을 허무는데 얼마나 효과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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