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종영 앞둔 <세친구>, 야한 소재에만 집착

  • 입력 2001년 2월 25일 18시 44분


“스탭 외에는 아무도 못들어갑니다.”

21일 오후 3시. 인기 시트콤 <세친구>를 녹화 중인 MBC A스튜디오. 평소와 달리 직원이 문앞을 막고 사람들의 출입을 일일이 통제했다. 이유를 묻자 “속옷 입은 장면을 찍어야 하는데 (출연자가) 창피해 한다”고 했다.

26일 방영될 ‘팬티는 사랑을 싣고’편은 주인공 웅인이 속옷 디자이너 지망생인 여자친구를 위해 속옷 패션쇼의 모델로 나선다는 내용. 다른 모델은 세련된 디자인의 속옷을 입지만 웅인만 새빨간 가운, 꽃무늬 내복, 망사팬티, 끈팬티 등 우스꽝스러운 의상을 입고 나와 구경온 다훈, 상면 등 친구들을 민망하게 한다는 줄거리다.

제지를 뚫고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갔다. 다음달 사극 <홍국영>에 출연하는 정웅인은 너무 ‘망가지는’ 이미지가 부담스러운 듯 “속옷만 입고 있는 사진은 찍지 말아달라”고 했다.

내의에 이어 속옷 촬영이 시작됐다. 모두 트렁크였다. 정웅인을 비롯한 출연자들은 아무래도 어색한 듯 발걸음이 굳어졌다. “더 경쾌하게”를 연발하던 연출진에서는 급기야 “이게 액션쇼지, 패션쇼냐”는 말까지 나왔다.

누군가 빠른 음악을 틀어주자 몸이 조금 풀어졌고 정웅인의 코믹한 표정이 살아났다. 잠시후 조명이 어두워졌다. “다음은 망사”.

스탭들 사이에서도 “진짜 입을까” “설마, 방송인데”하는 수근거림이 들려왔다.

다른 모델은 모두 상의는 벗었지만 정웅인은 부분적으로 망사가 들어간 흰색 ‘런닝’에 트렁크 차림으로 등장했다. ‘완전 망사’를 요구한 연출진과의 약속을 깨고 정웅인이 ‘점잖은’ 것을 가져온데다 상반신 노출도 없어 “기대만큼 (야한) 느낌을 못살렸다”는 것이 제작진의 푸념.

그러나 종영을 한달여 앞두고 소재 고갈에 시달리고 있는 <세친구>가 부쩍 ‘야한 쪽’에만 초점을 맞춰 계속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예로 이날 촬영한 두번째 ‘윤다훈 독립운동’편에서는 노출증 환자를 퇴치하기 위해 글래머 간호사 ‘정양’이 자신의 가슴을 드러내는 내용이 나온다. 물론 실제로 벗은 모습이 나오지는 않지만, 문제는 줄거리와는 전혀 상관없이 이런 내용을 넣는 것은 결국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얄팍한 ‘상술’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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