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미술타운 형성]공연은 강남권…미술은 평창동

  • 입력 2001년 2월 26일 19시 13분


◇서울 문화지도가 바뀐다◇

서울의 문화지도가 바뀌고 있다. 인사동―사간동과 청담동 등에 몰려 있던 화랑 미술관들이 북한산 자락 아래의 평창동 쪽으로 몰리는 반면 공연장들은 강남 쪽으로 집중되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화랑가는 조용하면서 경치 좋은 장소가, 공연장은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번화한 거리가 각각 적합하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새 문화지도를 들여다 본다.

<편집자>

◇LG-현대-한전 등 첨단시설로 무장, 중상류층 구미 맞는 고급공연 유치◇

서울 지역 공연계의 무게 중심이 강북에서 강남으로 옮겨지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수준높은 대형 공연이 예술의 전당에 집중되는가 하면 강남권에 첨단시설을 갖춘 공연장이 잇따라 문을 열면서 강 남북간의 균형이 역전된 것.

강남권에는 16일 문을 연 현대자동차 아트홀(양재동·800석)에 이어 4월 한전 아츠풀센터(서초동·1000석)가 개관된다. 이들 공연장은 5개 공연장이 있는 예술의 전당과 지난해 3월 개관된 LG아트센터(역삼동·1103석) 등 기존 공연장과 문화 벨트를 형성하고 있다. 예술의 전당을 뺀 나머지 공연장은 대기업이 만든 중형 공연장이다.

이에 비해 강북지역의 공연장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강북 지역의 대형 공연장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세종로·3852석)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장충동·1522석) 호암아트홀(순화동·866석) 문예회관 대극장(동숭동·710석) 등 90년대 이전 지어진 시설이 전부.

이같은 공연계의 중심 이동은 강남 지역이 문화 향수 욕구가 상대적으로 강한 중 상류층이 집중되어 있는 곳이기 때문. 공연 단체들은 불황속에서 관객들을 공연장으로 끌어들이려면 관객층이 넓은 곳을 찾아 나설 수 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또 공연장이 들어설만한 대형 건물이 이 지역에 많이 신축되고 있는 것도 한가지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예술의 전당 등 강남권 공연장들은 경쟁적으로 클래식 오페라 뮤지컬 등 완성도가 높은 해외 공연물을 유치했거나 계획하고 있다. 반면에 대형 공연물을 무대에 올리는 제작사들이 강북 공연을 기피하는 현상도 빚어지고 있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북한산 자락…경관 뛰어나고 조용 '토탈' '가나'중심 이전-신축 줄이어◇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미술타운이 형성되고 있다.

북악터널 못 미처 올림피아 호텔 맞은편 언덕 위로 5분쯤 올라가면 오른쪽에 토탈미술관(1992년 설립)과 가나아트센터(1998년)가 나란히 자리를 잡고 있는 가운데 여기서 50m 떨어진 곳에 이 달 초 그로리치화랑이 사간동에서 옮겨와 재개관했다.

이 곳에서 700m 반경 이내에 지난해 11월 이응노미술관이 문을 열었고 올 4월경에는 김흥수미술관이 개관할 예정이다. 이밖에 세줄화랑(구 갤러리 이즘)이 그로리치화랑 부근에 올 6월 개관을 목표로 현재 공사를 벌이고 있다.

국내 최대의 화랑으로 350평의 전시공간을 확보하고 있는 가나아트센터는 미술품 경매장인 서울옥션, 가나아트숍, 빌 레스토랑 등을 함께 갖추고 있어 있어 이 곳의 중심지로 꼽힌다.

토탈미술관은 150평의 전시공간을 갖추고 젊은 작가들의 실험적인 전시에 주력하고 있으며 가끔씩 실내악 콘서트도 열고 있다.

지난해 고암 이응노(1904∼1989) 10주기를 맞아 건립된 이응노미술관은 건평 150평의 3층 건물로 고암 작품의 전시와 연구, 학술사업을 하고 있다. 또 김흥수 화백(82)이 짓는 김흥수미술관은 지하2층 지상 2층 건평 350평의 건물로 김 화백의 작품 전시 외에 영재미술 교육기관의 역할도 맡게 된다.

이같이 평창동에 미술관과 화랑들이 몰려드는 것은 도심과 가까우면서도 북한산 자락 아래에 있어 경관이 뛰어나고 조용하기 때문. 기존 화랑이나 미술관들이 몰려 있는 종로구 인사동―사간동과 강남구 청담동에 비해 땅값이 훨씬 싼 것도 또다른 장점이다.

평창동 일대에 100명에 가까운 미술인들이 살고 있는 것도 앞으로 미술거리로 뿌리를 내리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곳에 사는 대표적인 화가는 서양화가 김창렬(72) 김서봉(71) 윤명로(65) 김구림(65) 오경환(61) 임옥상씨(51), 한국화가 이종상(63) 박대성씨(56) 등이다.

<윤정국기자>jkyo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