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위의 바이올린>(EBS 밤 9:00)▼
감독 노만 주이슨. 주연 하이만 투폴, 노먼 크레인, 레오나드 프레이, 몰리 피콘. 1971년작. 샬롬 알라이켐 원작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영화화했다. 애절한 선율의 주제곡 ‘선 라이즈 선 셋’(Sun Rise Sun Set)은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했다.
무대는 1900년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지방의 유태인 마을. 다채로운 유태인 풍속에 대한 묘사도 흥미롭지만 세상 어느 곳에서든 보편적인 삶의 고민을 촘촘하게 박아낸 예술적 감동이 더 크다. 뿌리깊은 유태인 전통을 지키고 사는 아나태프카에서 아내와 5명의 딸을 거느린 우유가공업자인 테비에(하이만 투폴).
그는 가난하지만 유대교에 대한 깊은 신앙심과 뿌리깊은 전통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한 남자. 하지만 결혼을 앞둔 딸들은 사랑 그런 그의 뜻을 거역한다. 첫 딸은 가난한 양복점 직공과, 둘째 딸은 혁명가와, 셋째 딸은 종교가 다른 청년을 택한다. 이 세편의 에피소드는 각각 경제, 정치, 종교적 갈등을 상징한다.
자식에 대한 사랑과 전통적 삶의 신념에서 갈등하던 테비에의 선택은 결국 사랑과 관용이다. 엄격한 듯하면서도 낙천적 아버지상을 연기한 하이만 투폴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원제 Fiddler on the Roof. ★★★★
(※만점〓★ 5개. 평점 출처〓‘믹 마틴 & 마샤 포터의 비디오무비 가이드 2000’·동아일보 영화팀)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애정의 조건 2>(MBC 밤 11:10)▼
감독 로버트 하딩. 주연 셜리 맥클레인, 빌 팩스턴, 줄리엣 루이스, 미란다 리처드슨, 잭 니콜슨. 1996년작. 아카데미 작품상과 여우주연상 등 5개부문을 석권했던 리처드 브룩스 감독의 83년작 ‘애정의 조건’의 속편. 13년만에 속편이 나올 정도로 모녀간의 갈등을 눈물나게 그린 원작의 여운이 강렬한 것만은 분명하다.
오로라(셜리 맥클레인)는 딸 엠마가 암으로 세상을 떠난뒤 남긴 세 손녀딸을 키운다.
하지만 성인 문턱에 들어간 세 손녀딸은 온갖 말썽을 일으키고 고집 센 오로라는 속으로 깊은 상처를 받는다. 전편에서 엠마역의 데브라 윙거의 역할은 손녀딸 멜라니로 분한 줄리엣 루이스의 몫이다. 원제 The Evening Star. ★★★☆
▼<십년 세도>(EBS 오전 11:50)▼
감독 임권택. 주연 신영균 김동원 이민자 허장강 전계현. 1964년작. 최근 조선시대 천재화가로 꼽히는 장승업의 삶을 영화화하겠다고 밝힌 임권택 감독의 초기 시대극.
MBC에서 최근 수목드라마로 준비 중인 ‘홍국영’을 소재로 한 작품이라 드라마와 비교해 본다면 재미있을 듯. 조선 영조 재위 시절 장지항을 중심으로 한 간신 일당은 충신 홍성원을 참하고 득세한다. 그의 아들 홍국영(신영균)은 대과에 급제하고 정조를 보필해 조정에 일대 개혁바람을 일으킨다. 하지만 그의 세월도 10년을 가지 못하고 역시 장지항의 모함에 희생돼 처형된다. ★★☆
▼<자귀모>(KBS2 밤 10:40)▼
감독 이광훈. 주연 김희선 이성재 차승원. 1999년작. 전통적 귀신이야기에 25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한 SF기법과 초호화배역을 투입한 작품. 컴퓨터 애니메이터 진채별(김희선)은 사랑하던 증권사 직원 나한수(차승원)의 배신으로 지하철 승강장에 서있다 엉겁결에 자살한다.
그녀는 이후 자살한 귀신들의 모임이라는 ‘자귀모’에 가입하고 나한수에 대한 복수를 꿈꾸고 다정다감한 성격의 자귀모 멤버 칸토테라스(이성재)는 이를 만류한다.
영화 흥행으론 별 재미를 못봐온 김희선이 97년 ‘패자부활전’으로 손을 잡았던 이광모감독과 다시 힘을 합쳤지만 기대에 미치치 못했다. ★★☆
[4일/일]
▼<쉰들러 리스트>(KBS1 밤10·35)▼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주연 리암 니슨, 벤 킹슬리, 랄프 파인즈. 1993년작.
<죠스> <인디애나 존스> <쥬라기 공원>은 너무 상업적이라서, <칼라 퍼플> <태양의 제국>은 진지한 사회비판이나 예술영화로 봐주기엔 너무 유치하다는 이유로 아카데미와 오랫동안 악연을 맺어왔던 스필버그 감독.
그는 자신의 혈통을 떠올리며 만든 <쉰들러 리스트>로 93년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등 7개 부문을 휩쓸며 비로소 작가 로서의 입지도 인정받기 시작했다. 극장에서 인기없는 흑백 영화인데다 긴 상영시간(3시간5분)에도 불구하고 94년 국내 개봉때 서울에서만 85만명의 관객을 불러모았다.
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 점령지인 폴란드에서 오스카 쉰들러(리암 니슨)는 나치로부터 공장을 불하받아 유태인을 고용해 돈을 번다. 그러나 그는 나치의 살인행위를 목격한뒤 유태인 회계사인 스턴(벤 킹슬리)과 함께 유태인들을 강제 수용소에서 구출하기로 결심한다.
테크닉의 귀재인 스필버그의 탁월한 감각은 이 영화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흑백화면과 부분적 컬러효과는 생생한 현장감과 강렬한 인상을 보는 이에게 전달한다. 리암 니슨을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도 뛰어나다. 원제 Schindler's List. ★★★★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만점=★5개.☆=★의 ½. 평점출처= 믹 마틴&마샤 포터의 비디오무비 가이드 2000 ·동아일보 영화팀)
▼<파리대왕>(EBS 오후2·00)▼
감독 해리 후크. 주연 발타자 게티, 크리스 퍼. 1990년작.
윌리엄 골딩의 노벨문학상 수상작을 각색한 작품. 육군사관학교 소년생 25명을 태운 비행기가 어느날 바다에 추락한다. 소년들은 죽을 고비를 넘기고 간신히 무인도에 도착하지만, 이해관계가 다른 두 리더를 중심으로 편이 나뉘고 잔인한 싸움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극한 상황에서 인간의 본성이 어떻게 드러나는가를 그린 영화. 후크 감독은 재능있는 신인배우들을 기용해 실감나는 상황을 보여주려 했으나 63년 피터 브룩스 감독이 만든 같은 제목의 영화에 한참 못미친다는 평을 받았다. 원제 Lord of the Files. ★★
▼<서울 에비타>(MBC 밤12·20)▼
감독 박철수. 주연 황신혜, 박상원, 조영남. 1991년작.
지금은 정치인이 된 전 시민운동가와 뮤지컬 가수의 실제 인생을 영화로 옮겼다. 격심한 데모가 벌어지던 1979년, 오페라 프리마돈나를 꿈꾸며 유학을 준비하던 선영(황신혜)의 다락방에 시국사범으로 수배된 민수(박상원)가 피신해온다. 민수와 사랑에 빠진 선영은 유학을 포기한채 잡혀간 민수의 옥바라지를 시작한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선영은 어느날, 록 오페라 에비타 의 오디션을 볼 기회를 갖게 되는데….
박철수 감독의 작품들중 별로 주목도가 높지 못한 영화. 황신혜가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실소를 자아낸다. ★★
▼<함정>(HBO 오후7·50>)▼
감독 마크 펠링턴. 주연 팀 로빈슨, 제프 브리지스, 조앤 쿠색. 1999년작.
이웃에 사는 부부가 공공건물을 폭파하는 테러리스트임을 알게 된 주인공이 이를 막고자 고군분투하는 내용의 스릴러. 테러리즘을 강의하는 마이클(제프 브리지스)은 아들과 워싱턴 근교에서 살고 있다. 마이클은 우연한 계기로 이웃집 랭(팀 로빈슨)부부와 친하게 지내기 시작하지만 곧 올리버가 자신에게 몇가지 거짓말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마지막 결말이 다소 황당하지만 제법 긴장감을 자아내는 스릴과 배우들의 호연이 돋보인다. 빼어나게 촬영된 처음 10분간은 절대로 놓치지 말 것. 원제 Arlington Roa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