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드라마는 각각 청춘스타를 대거 기용한 KBS2 월화드라마 <가을동화>와 MBC 주말드라마 <엄마야, 누나야>에 밀려 시청률이 10∼20%까지 쳐졌지만 중반이후 시청률이 40% 가까이 올라갔다.
지난해 9월 시작한 두 드라마는 공교롭게도 이달 18일(<태양은 가득히>)과 20일(<아줌마>) 나란히 54회를 끝으로 종영한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나중이 창대한’ 두 드라마는 과연 어떻게 결말을 맺을까.
<아줌마>의 당초 기획안에서는 고졸출신의 오삼숙이 대학교수인 남편 장진구의 속물적 삶에 반란을 일으키고 이혼소동 끝에 가정의 주도권을 얻어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강진구가 바람을 피우자 두사람을 이혼시켜야 한다는 시청자들의 의견이 빗발쳤고 제작진은 이를 받아들여 두 사람을 갈라서게 했다. 그러나 드라마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면서 두 사람이 다시 재결합할 듯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결론은 재결합이 아닌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것으로 귀착될 가능성이 높다. 장진구역의 강석우도 “이제와서 두사람을 결합시키는 것은 무책임한 짓”이라고 단언한다.
연출자 안판석 PD는 “마지막 2회 대본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현재 남은 분량으로 어떤 인물을 완벽히 개과천선시키기는 어렵다”는 말로 두 사람이 각자의 길을 가는 결론을 암시했다.
철없는 한지원(심혜진) 박재하(송승환) 커플은 결혼에 골인하고 클린턴과 힐러리 부부를 연상시켰던 오일권(김병세) 최유미(견미리) 부부에겐 결정적 타격이 기다리고 있다.
반면 <태양은 가득히>는 당초의 기획안대로 강민기(유준상)의 죽음을 통한 용서라는 결론에 이른다.
복수심 때문에 우정과 사랑을 배신한 민기는 나사장의 건설사 인수에 실패한 뒤 서회장에게 버림을 받고 위암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된다.
백혈병에 걸린 아들에게 자신의 골수를 기증하고 어머니를 용서한 민기는 지숙(김지수)과 호태(박상민)의 용서 속에 조용히 숨을 거둔다.
시청자들이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호태와 가은(김민)의 결합 역시 원안대로 호태의 행복을 빌며 가은이 떠나는 것으로 처리될 예정이다.
고영탁 PD는 “‘민기를 죽이지 말라’, ‘호태와 가은을 맺어주라’는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면서 “하지만 원래의 기획대로 두 남자의 우정에 초점을 맞춰 결말을 맺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줌마>는 지식인 사회의 위선과 속물 근성을 다양한 인간군상을 통해 보여줬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극적 재미를 위해 등장인물들을 너무 희화화하면서 극의 흐름이 갈지자를 걸었고 오삼숙의 이혼이라는 발빠른 결론에 이른 뒤 극적 긴장감이 떨어져 버렸다.
이에 비해 <태양은 가득히>는 배신과 복수라는 지극히 통속적인 드라마였다. 하지만 주인공이 용서받지 못할 악인으로 전락하기까지 입체적 사실감을 부여하기 위해 꾸준한 공을 들인 결과, 오히려 은근한 맛을 뽑아냈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