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노다 마사히로 감독의 ‘올빼미의 성’은 인생의 의미를 매혹적인 방식으로 그려낸 사극이다.
시노다 감독은 어둠속 존재로 그려지던 닌자를 선명한 컬러화면에 부활시킨뒤 어릴 적부터 살인병기로 키워진 그들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물고 늘어진다.
이는 주죠가 히데요시(그는 말년에 가면연극놀이에 심취했다)의 침실에 침투해 ‘당신이 히데요시가 맞는가’라고 물을 때 “사람들이 나에게 기대하는 히데요시의 역할을 하고 있을 뿐 내가 누구인지를 누가 알겠는가”라는 히데요시의 대답에서 절정을 이룬다.
주죠가 히데요시의 암살을 포기하고 오사카성을 빠져나올 때 미로처럼 겹겹이 펼쳐지는 다다미방 시퀀스의 현란함은 일본 영화사에 남을 명장면.하지만 너무 시바 료타로의 원작에 매달려 인물 묘사가 실타래처럼 얽혀버리고 액션 연출에 박진감이 떨어지는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시노다 감독은 오시마 나기사, 이마무라 쇼헤이와 함께 일본 누벨바그를 대표하는 감독.
지난해 부천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1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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