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미니 시리즈 2 편에 잇달아 겹치기 출연하는 연기자

  • 입력 2001년 3월 9일 09시 41분


‘두 편의 미니 시리즈에 연속 출연(?)’

연기자의 ‘겹치기 출연’이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한 연기자가 미니 시리즈가 끝난 후 그 후속 시리즈에도 잇달아 출연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5일 새로 시작한 KBS2 미니시리즈 <비단향꽃무>에서 여주인공 영주(박진희 분)와 결혼을 약속한 민혁 역을 맡은 이창훈. 그는 <비단향꽃무> 전에 방송했던 미니시리즈 <귀여운 여인>에서 주인공 김훈으로 출연했었다.

<귀여운 여인>에서는 능력있고 매사 맺고 끊음이 분명한 청년 기업가로 나와 박선영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그는, <비단향꽃무>에서는 부드럽고 따스한 심성으로 박진희의 마음을 사로잡는 인물로 등장한다.

공교롭게도 이창훈은 미니시리즈 외에 KBS2 아침드라마 <꽃밭에서>에서도 주인공인 간호사 도진표역으로 출연하고 있는데, 그 전작인 <내일은 맑음>에서도 주연을 맡았다.

이창훈은 미니 시리즈와 아침 드라마에서 모두 2편 내리 출연하는 진기록을 세우고 있는 셈이다.

연기자가 동시에 두 드라마에 ‘겹치기 출연’하는 경우는 있지만, 이렇게 같은 시간대에 방송하는 두 편의 드라마에 잇달아 출연하는 예는 매우 드문 경우.

이에 대해 윤흥식 드라마제작국 주간은 <비단향꽃무>의 경우 4회까지만 등장하고 극중에서 죽음으로 마무리되는 일종의 특별 출연”이라고 해명했다. “민혁은 드라마 초반에만 등장하지만 영주역을 맡은 박진희에게 첫사랑으로 강한 인상으로 남기는 중요한 역할인데, 마땅히 그 역을 맡을 연기자가 없어 부탁을 했다”는 것.

하지만 아무리 연기자의 이미지와 배역 해석이 뛰어나다고 해도 한 연기자가 전작에 이어 후속작에도 중요한 배역으로 출연한다는 것은 결코 정상적인 캐스팅은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통상 미니 시리즈나 아침 드라마가 전체 분량의 3분의2 정도를 방송할 무렵, 후속작의 촬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렇다면 이창훈은 <귀여운 여인>의 후반부에 이르렀을 때는 <비단향꽃무>와 <꽃밭에서> 등 모두 3편의 드라마 촬영에 참여한 셈이 된다.

이런 경우 과연 연기자가 얼마나 자신의 역할을 소화해가며 연기를 했을지도 의문이지만, 그런 캐스팅이 용납되는 제작 상황도 결코 정상은 아니다.

또한 연기자에게 있어서도 겹치기 출연은 시청자에게 식상함을 주며 조로(早老)화의 위험이 높다는 것이 방송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김재범 <동아닷컴 기자> 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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