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다이아몬드 둘러싼 엽기 코미디<스내치>

  • 입력 2001년 3월 12일 19시 08분


‘스내치’(Snatch)는 권투로 치면 현란한 발놀림에 어디서 펀치가 날아올지 예상키 힘든 아웃복싱을 구사하는 영화다.

150컷이 훨씬 넘는 빠른 장면전환과 이를 정교하게 배치한 교차편집은 폭발적 스피드를 자랑하고 20여명이 넘는 등장인물이 펼쳐내는 ‘톰과 제리’식의 코믹 액션은 관객의 의표를 찌르기에 충분하다.

데뷔작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에서 같은 솜씨를 발휘해 일약 ‘영국의 쿠엔틴 타란티노’란 별명을 얻은 가이 리치 감독. 이젠 마돈나의 남편으로 더 유명해진 그는 새로운 영화를 만들기 보다는 ‘스타크래프트’를 업그레이드 시킨 ‘블리자드’쯤의 영화를 내놓았다.

다이아몬드 전문털이범 프랭키(베네치오 델 토로)는 84캐럿짜리 대형 다이아몬드를 훔쳐낸 뒤 런던으로 숨어든다. 그의 남은 임무는 이를 뉴욕의 마피아 보스 아비에게 전달하는 것. 하지만 그는 도박이라면 사죽을 못쓴다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 러시아 마피아는 그런 그를 권투도박장에 끌어들여 다이아몬드를 빼돌리려고 한다.

한편 권투 프로모터인 터키쉬와 토미는 런던 마피아 두목 브릭 탑과 이 도박권투에서 승부를 조작한 권투시합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시합에서 4회에 쓰러지기로 한 터키쉬의 권투선수가 아일랜드 집시촌놈 미키(브래드 피트)의 주먹 한방에 입원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전편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에서 도박과 마약, 그리고 골동품 장총 두 자루를 소재로 얽히고 설킨 범죄 코미디는 ‘스내치’에서는 대형 다이아몬드와 불법 권투 도박을 둘러싼 엽기 코미디로 진화(?)한다.

또 런던 뒷골목의 무지막지한 영어는 아예 소통불가능한 아일랜드 집시 사투리로 발전하고 기관총을 통한 학살극은 전기톱과 돼지를 접목시킨 바이오테크닉으로 재무장했다.

감독은 여기에 브래드 피트와 베네치오 델 토로와 같은 할리우드 스타를 기용해 스타 시스템의 허를 찌르는 극적 재미를 선사한다. 특히 브래드 피트의 연기가 눈부시다.

전편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의 출연 배우들도 대거 다시 등장, 갖가지 스타일의 뒤골목 인생을 패러디한 점도 재밌다.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답게 클린트의 ‘다이아몬드’와 마돈나의 ‘럭키스타’ 등 감독 자신이 직접 고른 경쾌한 사운드트랙 역시 절묘하다.

전편과 비슷한 스타일 때문에 새롭지 않다는 비판을 들을 수는 있다. 하지만 반대로 하나의 스타일이라도 제대로 갖춘 감독 역시 드물다. 그런 점에서 가이 리치는 확실한 스타일리스트다.

원제는 ‘훔쳐내기’란 뜻과 함께 ‘막판 대역전승’이란 뜻을 함께 지니고 있다. 17일 개봉. 18세 이상 관람가.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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