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MBC가 각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콤비 코미디’를 선보이면서 천편일률적인 ‘개인기’에 식상한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두 명의 코미디언이 짝을 이뤄 웃음을 주는 콤비 코미디는 그동안 다수의 연예인이 출연해 개인기를 겨루는 버라이어티쇼나 토크쇼, 시트콤 등에 가려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슬그머니 자취를 감춰왔다.
MBC가 내세운 대표적인 콤비 코미디는 <코미디하우스>(토요일 오후 4시)의 ‘허무 개그’. 이진환, 손헌수의 능청스런 연기와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이 코너는 ‘허무 개그 시리즈’를 낳을 만큼 인기다.
또 같은 프로그램의 한 코너인 ‘개그 콤비 찰떡궁합’의 고명환, 문천식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코미디하우스> 제작진은 4월초에는 정선희 김효진 박진희로 이루어진 ‘여성 트리플 개그’까지 도전할 예정이다.
<21세기위원회>(월요일 저녁 7시25분) 제작진도 ‘제2의 서경석 이윤석’을 발굴해 ‘지적 개그’를 구사하는 콤비 코미디를 부활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길거리 캐스팅을 통해 이미 한 명을 확정한 상태. 5일 방송에서 FD로 잠깐 얼굴을 비친 패션 모델 출신 오병진(26)이 그 주인공이다.
담당 PD는 “장기 합숙을 통해서라도 오랫동안 준비시켜야 콤비 코미디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며 “다른 한 명을 찾아 연습을 마치는 대로 데뷔시킬 예정” 이라고 말했다.
<코미디 닷컴>(일요일 낮 1시10분)의 ‘명랑소녀’도 개그맨 박희진 안선영의 콤비가 돋보인다. 개인적 역량도 뛰어나지만 함께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
이밖에 KBS2 다큐멘터리 <인간극장>에서 소개됐던 ‘갈매기 자매’ 진선미 방진주도 콤비 코미디언을 꿈꾸는 신인으로 TV 방영후 <개그 콘서트> 등에 출연했다.
콤비 코미디는 주로 신인 차지다. 준비시간이 일반 코미디의 3∼5배에 이르는 데다 연습 시간을 맞추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이미 ‘뜬’ 연기자들은 꺼려하는 편.
‘콤비’ 구성의 장점은 서로 단점을 보완해줄 수 있다는 점이다. 또 각각의 매력을 살려 여러모로 다양한 개그를 선보일 수도 있다. 제작진 입장에서도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신인 코미디언 입장에서도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콤비가 성공하기 위한 공식은 ‘같으면서도 다를 것’. 캐릭터가 비슷하다면 외모가 완전히 달라야 하고 외모가 비슷하다면 캐릭터가 판이해야 성공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콤비로는 1960∼70년대 뚱뚱이 양훈과 홀쭉이 양석천, 막둥이 구봉서와 비실이 배삼룡, 70∼80년대 이기동과 권귀옥, 남철과 남성남, 배연정과 배일집을 꼽을 수 있다. 80년대는 최양락과 이봉원, 장두석과 김정식이 인기를 끌었고 90년대에는 김국진과 김용만, 서경석과 이윤석, 남희석과 이휘재, 클놈이 대표적인 콤비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