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직접 제작까지 맡은 이 영화에서 그의 역할은 외모에 아무 관심이 없는 꾀죄죄한 몰골의 FBI요원. 머리 빈 미인을 경멸하던 그가 테러를 막기 위해 미인대회에 위장출전해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웃지 않을 수 없다. 그의 능청스러운 코미디 연기는 자칫 엉성했을 뻔한 이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썩 예쁘지도, 섹시하지도 않지만 상대를 편하게 해주는 친근한 매력을 지닌 그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답변이 적힌 종이 속에서도 그는 여전힌 발랄했다.
―영화에서 선머슴 같다가 미인대회 출전자로 변신하는데, 실제 삶에서도 그같은 변신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
“물론이다. 오페라 가수였던 어머니 덕에 어릴 때 오페라에 단역으로 출연했는데 내 역할은 늘 지저분한 집시 꼬마였다. 배우를 시작할 때에도 난 그렇게 주목받던 사람이 아니었다. 바텐더로 일하면서 이곳 저곳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영화 속 미인대회 수상자들과 FBI요원들 중에 유난히 유색 인종이 많은 게 특이하다. 제작자로서 캐스팅에 관여했을텐데….
“내가 배우를 시작할 때 누군가 나에게 해준 일을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다. 보시다시피 나는 전형적인 금발 미인이 아닌데도 누군가가 ‘상관없다. 그녀를 쓰겠다’고 해서 배우가 됐다.” (샌드라 불럭의 출세작 ‘스피드’에서 얀 드봉 감독은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를 캐스팅했다고 한다.)
―영화 속에서 미인 대회와 무대 뒤 풍경이 아주 코믹하게 묘사되고 있다. 실제 미인대회와는 얼마나 비슷한가?
“미인대회 후보로 출연한 배우들은 실제 출전경험이 있거나 수상을 했던 사람들이다. 실제 미인대회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눈가의 주름을 펴려고 치질 연고를 바르는 장면이 있는데 정말 그렇다고 한다. 놀랍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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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역인 벤자민 브랫은 당신의 ‘경쟁상대’인 줄리아 로버츠의 연인이기도 하다.
“줄리아보다 내가 그를 먼저 알았다. 그가 지금처럼 훌륭한 남자가 된 건 다 나 때문이다. …근데 이건 농담이다.”
―촬영하면서 장난을 잘 치는 걸로 유명하던데….
“이번에는 제작까지 맡아 그럴 여유가 없었다. 나보다는 캔디스 버겐이 ‘마녀’같았다. 갑자기 뒤에서 의자를 잡아 빼기도 하고…. 상대역인 벤자민 브랫을 골려주려고 그가 음식을 먹는 장면에서 음식 속에 양파, 올리브를 집어넣기는 했지만 그가 너무 태연해서 실망했다.”
―당신을 배우로 이끈 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글쎄…. 아마 부모님께 물려받지 않았을까. 부모님이 예술가들이어서 극장에 자주 갔고, 자연스럽게 무대에 매혹됐다. 어릴 때부터 의사가 되고 싶다든가, 그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아마 당신도 나를 주치의로 쓰고 싶어하진 않을 것 같다. 그렇지 않나?”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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