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사랑의 화음 담은 음악영화<캐논 인버스>

  • 입력 2001년 3월 28일 19시 17분


「캐논 인버스」(Canon Inverse)는 음악을 소재로, 두 남녀의 슬프고도 운명적인 사랑의 드라마를 펼쳐 보이는 영화다.

음악이 주된 모티브란 점에서 지난해 국내 개봉한 음악영화인 「글루미 선데이」와 궤적을 같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68년 체코 프라하의 밤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영화는 시간을 훌쩍 훌쩍 뛰어넘어 3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 음악가의 꿈을 키워가는 예노(한스 마테손)를 비추기 시작한다.

아버지가 떠나면서 남긴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음악가가 되겠다는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청년 예노가 어느날 라디오를 타고 흘러나온 피아노 연주를 듣고 전율에 휩싸인다.

심금을 울린 선율의 주인공은 평소 흠모해오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소피 레비(멜라니 티에리). 그 때부터 레비를 향한 예노의 생을 건 운명적인 사랑이 시작된다.

예노는 공연차 프라하에 온 레비의 집을 찾아가 그 앞에서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혼신의 힘을 다해 바이올린을 연주한다.

쳐다보기도 힘들 만큼 높은 곳에 있는 것 같던 레비는 그런 예노의 정성에 마음이 끌려 이런 말을 남기고 떠나간다. "예노, 그날 밤 날 위해 했던 것처럼 연주하세요. 그러면 당신은 훌륭한 음악가가 될 거에요."

레비의 조언에 따라 음악학교에 입학한 예노는 그곳에서 귀족출신 데이빗(리 윌리엄스)을 만나 음악에 대한 열정을 서로 나눈다. 뛰어난 재능과 혼신의 노력 덕택에 그토록 바라던 레비와의 협연이 성사될 즈음에 예노는 데이빗에 대한 숨겨진 비밀을 알고는 혼란과 좌절에 빠져든다.

예노의 딸이 이런 이야기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전개되는 이 영화의 강점은 엔니오 모리코네의 영화음악을 꼽을 수 있다. 애절하고 격정적인 바이올린 선율은 한 남자의 운명적인 사랑을 떠 올리게 하기에 손색이 없다.

영화제목 `캐논 인버스'란 같은 멜로디를 반복하는 돌림노래 형식의 작곡기법인 캐논의 변형으로, 한사람은 악보의 처음부터 연주하고 또 한사람은 뒤에서부터 연주해 가는 것을 일컫는다.

양극에서 출발하지만 결국은 같은 멜로디를 이어받아 하모니를 이루는 음악을 가리키는 것이다.

줄리아노 몬탈도 감독의 「살인의 계절」에 니콜러스 케이지와 함께 출연해 연기력을 과시하기도 했던 리키 토나치 감독의 작품이다. 지난해 이탈리아 다비드 디도나텔로 영화상의 최우수 작품상과 촬영, 음악, 무대디자인, 편집상 등을 휩쓸었다. 31일 개봉.

[연합뉴스=이명조 기자]mingjo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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