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 블랙박스]장동건 드디어 '미남 컴플렉스' 벗다

  • 입력 2001년 4월 4일 18시 47분


장동건과 유오성이 주연한 곽경택 감독의 영화 <친구>가 지난 주말 개봉돼 단 이틀만에 서울 관객 22만명을 동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기쁨과 쓰라림을 동시에 느꼈을 사람은 바로 배우 정준호다.

이유인즉슨, 그가 장동건과 워낙 절친한 사이이기에 후배의 성공에 기뻤을 것이요, 반면 장동건이 맡은 배역 ‘동수’를 사실은 그가 맡을 뻔 했었기에 한편으로는 속이 쓰릴 것이라는 얘기다. 장동건이 캐스팅 되기 전에 먼저 정준호가 <친구>의 시나리오를 들고 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시나리오를 칭찬하며 자신이 동수 역할을 하기로 했다고 말하던 상기된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하지만 당시에는 <친구>가 마땅한 투자자를 찾지 못해 제작 자체가 불투명한 상태였기에 기다리다 지친 정준호는 다른 영화사와 작품 계약을 해버렸다. 그 이후에 투자자를 찾은 <친구>의 제작사는 시나리오에 감동한 장동건을 의외로 쉽게 캐스팅 할 수 있었다.

영화 <친구>에서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며 짜릿한 연기를 보여 준 장동건은 서울 토박이다. 그는 캐스팅된 후로는 평소에도 늘 경상도 사투리로 말하는 버릇을 들였다. 어느날 그가 불쑥 전화해“행님아, 요새 뭐하노? 잘 있나?” 하고 경상도 사투리로 말해 놀란적도 있다.

평소와 달리 허스키한 목소리였는데 이 역시 영화를 위해 일부러 줄담배를 피워 목을 학대해 만들어낸 목소리라고 하니 대단한 프로정신이 아닐 수 없다.

영화 배우 박중훈이 대놓고 장동건을 쳐다보며 “기분 나쁠 정도로 잘 생겼다”고 할 만큼 미남인 그이지만 한 때는 그 잘 생긴 외모 때문에 고민했던 적도 있었다.

<패자부활전> <연풍연가> 등 그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가 연달아 흥행에 실패한 후 한동안 연기에 대해 자신감을 잃어버렸던 것이다.

게다가 한석규, 송강호, 박신양 등 소위 ‘비 미남형 연기파 스타’들이 출연한 영화들이 계속 대박을 터트리자 그는 조각같은 자신의 얼굴에 오히려 콤플렉스를 느끼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 사람들은 이병헌을 예로 들며 “영화배우는 ‘한방’만 터지면 된다”며 위로해주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결국 부단한 노력 끝에 연기도 인정받았다. 잘 알려진대로 베트남에서는 국민적 영웅이다. 베트남에 입국할 때는 그와 함께 찍은 사진만 한 장 있으면 VIP대접을 받으며 세관도 무사 통과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하지만 데뷔시절이나 지금이나 그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다른 배우 같으면 영화가 ‘대박’ 조짐이 있으면 신이 나서 호들갑을 떨었을 테지만 장동건은 묵묵히 다음 영화를 찍고 있다.

심지어 지난해 그가 수년간 사귀었던 탤런트 A양과 헤어졌을 때도 겉으로는 놀랄만큼 침착했다. 속으로는 수많은 감정이 교차하겠지만 적어도 겉으로는 그랬다. 그가 건달 보스 역할을 해서 일까. 아니다. 그는 타고난 천성이 그렇다.

김영찬(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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