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뉴스]인터넷 영화시장에서 뜬 '청춘'

  • 입력 2001년 4월 10일 18시 40분


‘오프라인에서 뜨지 못했다면 온라인을 노려라.’

인터넷 영화시장에서 곽지균감독의 ‘청춘’이 때아닌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10월 개봉한 이 영화는 일반 극장에서 상영될 때 서울 관객 9만8000명의 부진한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 1월 인터넷 유료 영화시장에 나온 뒤 15만명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영화의 인터넷배급을 맡고있는 웹씨네마(www.webcinema.co.kr)측은 5만명이상의 유료 관객이 다녀갔다고 밝혔다. 인터넷극장의 멀티플렉스라고 할 코리아닷컴(www.korea.com)이나 드림엑스(www.dreamx.net)에서도 이 영화는 각각 7만명과 3만명의 유료 관객을 끌어들였다.

인터넷영화관에서 대박을 터뜨렸다고 하는 유료 관객의 기준은 3만명. 이를 넘어선 영화들은 ‘반칙왕’, ‘주유소습격사건’ 등 극장 히트작들이다. 따라서 ‘청춘’의 온라인 흥행 성적은 의외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는 지난해 9월 개봉을 앞두고 온라인 시사회를 가졌다가 해킹을 당하면서 와레즈사이트(유료 콘텐츠를 무료로 공개하는 사이트)에 공개돼 15만건의 접속 건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젊은 네티즌에게 인기가 높은 여배우 배두나의 첫 누드장면에 대한 호기심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정작 극장 개봉에서는 재미를 못봤다가 비디오 출시까지 끝나고 온라인으로 재개봉하면서 열띤 호응을 받은 것.

업계에선 이를 인터넷 영화시장이 본 궤도에 오른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인터넷 영화시장은 이른바 틈새시장. 인터넷 영화를 찾는 사람들은 극장이나 비디오가게까지 가서 찾아 볼 만큼 흡인력이 크지 않은 영화나, 극장에서 이미 봤지만 저렴한 비용에 다시 보고 싶은 영화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같은 틈새시장이 차츰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청춘’이나 ‘거짓말’같은 영화가 인터넷 영화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라는 것.

온라인의 개봉시기도 ‘엑시덴탈 스파이’처럼 일반 극장과 동시에 개봉하는 경우까지 나오고 있다. 시장 규모도 지난해 10억원에서 올해는 50억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를 급속하게 위축되고 있는 국내 비디오시장에 대한 잠식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온라인 영화는 관람료가 500원∼3000원로 비교적 저렴한데다 손쉽게 접속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향후 비디오 시장을 크게 위협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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