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이탈한 게임 갈수록 인기

  • 입력 2001년 4월 13일 17시 16분


무식하게 깨부수는 액션게임이나 레벨 올리는데 시간을 다 보내는 롤플레잉 게임에 지친 게이머들이 반가워할 게임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액션, 시뮬레이션, 어드벤처, 스포츠, 롤플레잉 등 전통적인 게임 장르 어디에도 분류할 수 없는 ‘프리 장르’게임이 미국, 일본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라이언헤드스튜디오의 ‘블랙앤화이트’가 이런 게임의 대표적인 예. 지난 7일 출시된 이 게임은 게이머가 조물주가 되어 인간 세상을 만들어 가는 내용. 마우스만으로도 게임을 즐길 수 있고 게임을 하면서 이메일도 받아볼 수 있다.

지난해 세계 최대 게임쇼인 E3에서 비디오게임 및 PC 게임 통합 최우수상을 받은 이 게임은 IGN.COM이나 게임스팟 등 유명 온라인 게임 사이트에서 최고 득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미국내 최대 히트작이라고 평가되는 ‘심즈(Sims)’도 장르 구분이 안되는 게임. 총과 칼이 난무하는 보통 게임에 비하면 심심해보일 정도로 주제가 단순하다. 주인공이 이웃과 친하게 지내고 직장에서 승진하고 TV 등을 보면서 일상에 젖어 드는 걸 즐기면 된다.

일본 덕간서점이 만든 비디오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용 게임 ‘돈데모 크라이시스(Incredible Crisis)’ 역시 새로운 장르의 게임이다. 할머니 생일날 가족 구성원들이 귀가하면서 겪는 황당한 에피소드들을 미니게임으로 묶어 만든 게임이다. 출시 당시 일본에서는 ‘B급 게임’으로 분류됐으나 독특한 아이디어로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세가의 ‘드림캐스트’용 게임 ‘센무’도 ‘프리 장르’를 표방하면서 지난 99년과 2000에 일본, 미국에서 각각 출시됐다. 추리, 어드벤쳐, 액션, 롤플레잉 등 각 장르의 장점을 조화시켜 만든 이 게임은 얼굴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표현된 그래픽 등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이외에 게이머가 주방장이 되는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의 ‘나의 요리’를 비롯해 힙합, 그라피티, 인라인스케이트 등 길거리 문화를 소재로 한 일본 AM6의 ‘젯셋라디오’, 퀴즈를 소재로 한 국내 업체 넥슨의 ‘퀴즈퀴즈’도 장르를 파괴한 게임이다.

프리장르 게임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기존의 장르 게임들이 천편일률적인 진행방식으로 제작돼 식상해졌기 때문. 게다가 제작사가 늘어나고 하드웨어가 발달하면서 표현 영역이 크게 확대된 것이다.

넥슨의 정상원 대표는 “게임의 궁극적인 목표인 ‘재미’를 위해 장르는 파괴될 수 밖에 없다”며 “국내 게임업체 대부분은 전략시뮬레이션 등 잘나가는 게임을 만들지만 위험을 감수하고 독특한 게임을 만드는 업체도 많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양희웅<동아닷컴 기자>heewo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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