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메마른 우리 가슴 촉촉히 적시는 'TV동화, 행복한 세상'

  • 입력 2001년 4월 22일 18시 42분


할머니와 손자가 국밥집을 찾는다. 한 그릇만 시켜 손자에게 밀어주는 할머니. 사정을 눈치챈 주인은 매일 100번째 손님에게는 무료라며 돈을 받지 않는다.

며칠 뒤. 주인은 국밥집 앞에 쪼그리고 앉아 손님의 수를 헤아리고 있는 소년을 본다. 주인은 급히 전화를 걸어 친구들을 국밥집으로 불러모은다. 마침내 99번째 손님이 들어가고, 소년은 할머니를 모시고 와 국밥 한그릇을 대접한다.

국밥집 아내가 소년한테도 한그릇을 그냥 주자고 하자, 주인은 흐믓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아니야, 저 꼬마는 안 먹어도 배부를 수 있는 법을 배우고 있는 거야.”

30일부터 매일 방영되는 KBS2의 (월∼금 밤 8시45분).앞의 ‘100번째 손님’처럼 메마른 가슴을 잠시나마 촉촉하게 적혀줄 수 있는 이야기들을 다룬 5분짜리 애니메이션이다.

‘동화’라는 제목에 어울리도록 파스텔톤 영상에, 삽화 느낌을 주기 위해 움직임을 최대한 적게 해 마치 회화를 감상하는 느낌을 준다. 잔잔한 클래식 배경 음악에 실려 들려오는 정감있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이금희 아나운서.

겨우 5분짜리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품이 많이 들어가 한 편 제작에 두달 가까이 걸린다. 15개의 중소 애니메이션 업체와 젊은 작가들이 참여한다. 현재 두 달치 방영분의 제작이 끝나 있는 상태. KBS는 성인층을 겨냥해 이례적으로 애니메이션을 황금시간대에 편성했다.

박인식 PD는 “따뜻한 이야기를 전달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장르가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했다”며 “생활에 지친 사람들에게 휴식처같은 프로그램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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