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뒤. 주인은 국밥집 앞에 쪼그리고 앉아 손님의 수를 헤아리고 있는 소년을 본다. 주인은 급히 전화를 걸어 친구들을 국밥집으로 불러모은다. 마침내 99번째 손님이 들어가고, 소년은 할머니를 모시고 와 국밥 한그릇을 대접한다.
국밥집 아내가 소년한테도 한그릇을 그냥 주자고 하자, 주인은 흐믓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아니야, 저 꼬마는 안 먹어도 배부를 수 있는 법을 배우고 있는 거야.”
30일부터 매일 방영되는 KBS2의
‘동화’라는 제목에 어울리도록 파스텔톤 영상에, 삽화 느낌을 주기 위해 움직임을 최대한 적게 해 마치 회화를 감상하는 느낌을 준다. 잔잔한 클래식 배경 음악에 실려 들려오는 정감있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이금희 아나운서.
겨우 5분짜리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품이 많이 들어가 한 편 제작에 두달 가까이 걸린다. 15개의 중소 애니메이션 업체와 젊은 작가들이 참여한다. 현재 두 달치 방영분의 제작이 끝나 있는 상태. KBS는 성인층을 겨냥해 이례적으로 애니메이션을 황금시간대에 편성했다.
박인식 PD는 “따뜻한 이야기를 전달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장르가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했다”며 “생활에 지친 사람들에게 휴식처같은 프로그램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