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불륜이냐, 로맨스냐, <푸른안개>게시판 찬반 격론

  • 입력 2001년 4월 25일 18시 47분


“가정적인 우리 남편이 우연히 ‘푸른안개’를 보더니 흥미를 나타냈다. 드라마를 별로 보지 않던 남편이 ‘저건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불륜을 옹호하는데 할 말을 잃었다.”

“엄마가 이 드라마 보지 말라고 한다. 지저분한 얘기라고.”

KBS2 주말 드라마 <푸른 안개>(오후 8시)를 놓고 인터넷 게시판이 뜨겁다. 보통 드라마 홈페이지는 주인공에 대한 평이나 결말에 관한 글이 대부분이지만 <푸른 안개>의 경우 절반인 10회까지 방영된 지금까지도 ‘불륜이냐, 사랑이냐’를 둘러싼 논란이 쏟아진다. 초반에는 비난하는 글이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옹호하는 글도 늘어나는 추세다.

다른 드라마와 달리 ‘내 이야기’를 올리는 네티즌이 많다는 것도 특징. 불륜을 둘러싼 열띤 찬반 논란 와중에 자신의 ‘경험담’을 올리는 네티즌이 적지 않자 제작진은 네 차례에 걸쳐 ‘불륜 경험담 등을 자제해 달라’는 공지와 함께 이런 류의 글이 올라오는 즉시 삭제하고 있다.

‘푸른 안개’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40대 중반의 남자와 23세의 미혼녀와의 사랑을 그린 이야기. 이 때문에 ‘불륜’에 대한 비난 못지않게 ‘원조교제’에 가깝다는 비난도 거세다.

KBS의 옴부즈맨 프로그램인 와 방송위원회 게시판에도 “푸른 안개를 가족시간대가 아닌 심야로 옮겨달라”는 건의가 올라오고 있다.

이 드라마의 시청률은 10% 안팎으로 낮은 편이지만 상대적으로 50대 이상 중년 남녀의 시청률이 높아 전체 시청자의 약 37%를 이들이 차지한다.

특히 기존의 드라마가 ‘바람난’ 남편을 ‘억울한’ 아내의 시각에서 바라본 반면, ‘푸른 안개’는 ‘사랑에 빠진’ 중년 남자의 시각에서 다뤄 남성의 공감을 얻고 있다. 스스로를 ‘애 둘 딸린 유부남’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그동안 잊혀진 내면의 이야기를 멋지게 그려냈다”는 소감을 올렸다.

남성 시청자인 양모씨(40)는 “아내가 <푸른 안개>를 못보게 한다”면서 “얼마전 끝난 드라마 <아줌마>에서 오삼숙의 이혼에 열광하던 아줌마와 <푸른 안개>에서 윤성재의 사랑에 적개심을 드러내는 아줌마는 어떻게 다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반면 주부 시청자들의 반발은 거세다. 유부남의 불륜을 정당화하는 듯한 내용이 불륜을 조장할 소지가 크다는 게 주부들의 불만이다.

중립적인 입장의 글도 있다. 아이디를 ‘아줌마’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정말 나쁜 드라마는 호화캐스팅과 비현실적인 얘기로 청소년을 혼란스럽게 하는 드라마”라면서 “중학교 2학년짜리 딸과 함께 <푸른 안개>를 보고 토론한다”고 소개했다.

이처럼 <푸른 안개>를 둘러싼 팽팽한 찬반 논쟁은 드라마 전개와 함께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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