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영화제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시상식의 매끄럽지 못한 진행과 영화축제에 어울리지 않는 썰렁한 분위기, 영화인들의 성의없는 수상 태도는 `관객과 함께 하는 영화제로 거듭나도록 하겠다'는 주최측의 다짐을 무색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단편영화상이나 다큐멘터리상, 신인기술상, 조연여우상, 인기상 등 수상자로 선정된 배우들이 대거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아 식장의 분위기를 맥빠지게 했다.
주최측은 "공정한 심사를 위해 발표 순간까지 수상자를 알 수 없어 배우들이 많이 참석하지 못한 것 같다"고 해명했지만 상당수 후보작은 이미 알려진 터였다. 정말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면야 할 수 없겠지만 후보에 올랐다면 만사를 제쳐놓고 참석하는 정도의 성의는 보여주는 게 영화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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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하러 나온 배우 태현실씨 조차 "미국의 오스카상 시상식 등을 보면 후보들이 다 나와서 대기하고 있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뿐만 아니다. 아무리 생방송이라 하더라도 실수 연발의 삐그덕거리는 진행은 이를 보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내내 불편하게 했다. 특정 배우들은 무대로 두세번씩 불려 나갔지만 몇몇 부문 수상자들은 소감을 말할 기회조차 없어 상을 받고도 시간에 쫓기듯 휭하니 들어가야만 했던 것.
상을 주러 나온 배우들도 미리 주어진 짧은 대사조차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엇박자 멘트'를 날려 주위를 썰렁하게 만들기 일쑤였다.
또 `감독상'을 받은 한지승 감독은 상을 받기 직전 시상식장에 도착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소감을 말하는가 하면, 인기상 수상자였던 이병헌은 갑자기 무대 뒤에서 뛰쳐 나왔다.
여우주연상을 시상하기로 돼있던 남궁원씨는 갑자기 `심사위원특별상' 시상자로 불려나가자 "생방송인데 순서가 이렇게 바뀌어도 돼냐"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관객들의 반응도 그렇다. 일부 인기 배우들에게는 환호성과 함께 큰 박수를 보내면서도 잘 모르는 이름이 불릴 때면 썰렁한 반응을 보여줬던 것. 특히 함께 출연했던 동료가 상을 타면 으레 벌어지던 꽃다발 세례도 이날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올해 대종상 영화제는 그동안 갈등을 겪던 한국영화인협회와 영화인회의가 공동으로 주최해 한층 기대를 모았다. 앞으로 두 단체의 화합속에 대종상영화제가 영화인들의 `집안 잔치'가 아닌 관객과 함께 하는 진정한 `축제의 장'으로 거듭나려면영화인들의 보다 철저한 프로의식과 준비가 필요할 것 같다.
[연합뉴스=조재영 기자]fusionjc@y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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