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차이밍량 감독 인터뷰 "여행하는 기분으로 찍었다"

  • 입력 2001년 4월 29일 13시 13분


디지털 삼인삼색 상영이 끝난 후 <신과의 대화>를 연출한 차이밍량 감독이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대만의 도시 풍경을 스케치한 그는 관객들의 질문에 꼼꼼히 답변하며 시종일관 진지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디지털 영화를 처음 찍었는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

-카메라가 작고 가벼워 좋았지만 또 그것 때문에 많이 힘들기도 했다. 카메라를 고정시키고 찍은 게 아니라 손으로 들고 촬영했기 때문에 떨림을 방지하기 힘들었다. 내가 호흡할 때마다 카메라의 떨림이 그대로 영화에 담겨졌다.

올해에만 2편의 영화를 완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난 원래 작품 구상을 오래 하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장편을 끝내고 막 바로 시작한 작품이라 스트레스가 많이 쌓인 상태에서 작업에 들어갔다. 정말 짧은 시간에 완성한 영화다. 이런 스타일의 작업이 익숙치 않아 어려운 점이 많았지만 나름대로 재미있었다.

디지털 카메라가 당신에게 자유를 주던가?

-가방 안에 카메라 하나만 달랑 넣고 여행하는 기분으로 돌아다녔다. 50cc 오토바이를 타고 거리를 누볐는데 촬영하는 시간보다 오토바이 타고 다니는 시간이 더 많았다. 그냥 무작정 돌아다니다가 찍고 싶은 게 생기면 카메라를 돌렸다.

지하도 내부를 오래 비추는 신이 나오는데, 당신이 의도한 것은 무엇인가?

-지하도 안에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대만엔 지하도가 아주 많이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하도를 잘 이용하지 않는다. 초등학생 아이들만 가끔 이용할 뿐이다. 그래서인지 대만의 지하도는 아주 고요하고 고독한 느낌마저 준다. 30분 넘게 카메라를 고정시키고 지하도 내부를 찍었는데 촬영중 한 사람도 지하도에 들어오지 않았다. 음침한 걸 싫어하는 스타일이라 그런 상황이 공포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본래 '지하' 라는 단어엔 '죽음'이라는 뜻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죽은 물고기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이유는?

-여기 저기 돌아다니다가 죽은 물고기를 발견한 뒤 열흘간 그 장면만 찍었다. '카메라'를 통해 죽은 물고기들을 보니 느낌이 다랐다. 하나의 조소를 보는 같은 느낌이었다. 죽은 물고기들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죽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한동안은 생선 요리도 먹지 못했다.

촬영중 당신은 줄곧 어떤 생각을 했나?

-스트립쇼 장면을 찍을 때였다. 갑자기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카메라에 담아온 촬영 장면을 다시 보니 그런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머리에 쥐가 나는 것 같았고 기분이 아주 안 좋아졌다. 이 장면을 찍은 뒤 가게 된 곳이 바로 지하도다. 난 그곳에서 마음이 한결 가라앉는 걸 느꼈다.

'신과의 대화'라는 제목을 붙이게 된 이유는?

-이 영화는 정확한 콘티를 가지고 찍은 게 아니었기 때문에 촬영할 때만 해도 내가 어떤 영화를 만들게 될 지 정말 몰랐다. '신과의 대화'라는 제목을 붙인 이유는 특별히 없다. 그냥 촬영 도중 갑자기 그런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신과의 대화'라는 제목을 붙여본 것이다.

앞으로 디지털 장편을 만들 생각은 있나?

-글쎄. 영화를 만들기 위해선 우선 투자자를 구해야 하는데 그게 너무 어렵다. 난 신작을 만들기까지 무려 3년의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이번엔 흥행할 수 있다"고 투자자를 설득하면서. 장편을 만드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단편은 다르다. 돈에 구애 받지 않고 여러 가지 가능성을 실험해 볼 수 있는 건 뭐니뭐니 해도 단편 영화 작업밖에 없다.

최근 완성된 장편은 어떤 영화인가?

-<네가 있는 그곳은 몇 시니?>라는 제목의 영화다. <신과의 대화>와 마찬가지로 '죽음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되었는데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이 영화 덕분에 연말경 다시 한국을 방문할 기회가 있을 것 같다.덕분에 스토리도 오래 심사숙고해 만들었다. 여러분이 좋게 봐주길 바란다.

황희연<동아닷컴 기자>benot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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