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지아장커-차이밍량-존 아캄프라 '디지털 삼인삼색전'

  • 입력 2001년 4월 29일 18시 54분


‘디지털 영화’를 표방하는 전주국제영화제의 가장 특색있는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는 ‘디지털 삼인삼색’전. 제한된 시간과 카메라로 3개국 감독이 30분 길이의 영화를 각각 제작한뒤 이를 함께 상영하는 프로그램. 올해에는 중국 지아장커(賈樟柯), 대만 차이밍량(蔡明亮), 영국 존 아캄프라 감독이 참여했다.

지아장커의 ‘공공장소’는 도시 근교의 작은 역, 탄광촌의 버스정류소, 버스 안과 식당 등 말그대로 공공장소만을 골라 고단한 사람들의 표정을 줄곧 비춘다.

존 아캄프라의 ‘디지토피아’는 아날로그 세계에 살면서 디지털 세계에서 쾌락을 찾는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그렸다.

또 차이밍량의 ‘신과의 대화’는 도시의 풍경 가운데 감독에게 인상적이었던 장면들을 골라 편집한 다큐멘터리같은 느낌을 주는 영화.

이날 상영이 끝난 뒤 관객과의 대화를 가진 차이밍량 감독은 “디지털 카메라는 창작과정에서의 한계를 없애 지극히 자유롭고 개인적인 작품을 만들 수 있게 해주며 새로운 시각으로 사고할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3편 모두 지난해와 비교해 완성도가 떨어진다. 감독들은 디지털 카메라의 자유로움과 파격을 충분히 살려내지 못하고 자신들이 이전 장편영화에서 보여주었던 스타일을 계속 반복하고 있다.

이날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했던 한 관객은 “같은 주제를 주고, 각 감독들이 서로 다르게 만들어본다던가, 하는 식으로 비교점을 명확히 드러낼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촌평했다. 이 프로그램은 28일에 이어 5월 3일 한차례 더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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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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