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오승현, 서구적 미모에 똑 부러진 성격 돋보이는 기대주

  • 입력 2001년 5월 4일 16시 26분


'드라마 한 편 출연 후 바로 영화 여자 주인공'.

스타를 지망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신데렐라 같은 출세이다. 현재 영화 <킬러들의 수다>에 출연하고 있는 오승현(23)의 행보가 그러하다.

SBS 드라마 <루키>에서 허영심 많고 콧대 높은 스튜디어스로 출연해 주목을 받은 그녀는 장진 감독의 영화 <킬러들의 수다>에서 순진한 킬러 신하균의 마음을 사로잡는 청초하고 맑은 여인 '화의'로 등장한다. 신인이라면 누구나 맡고 싶은 매력적인 역할이다.

하지만 첫 인상만 보면 그녀가 왜 '화이'역을 맡았을지 조금은 의아해진다. 172cm의 늘씬한 키에 시원시원한 이목구비는 청순미보다는 도회적이고 세련된 커리어우먼의 느낌이 더 강하다.

이런 의문을 슬쩍 비치자, 그녀는 대뜸 얼굴색이 변하면서 반박한다. "왜 청순한 인물이 꼭 작고 여린 모습이어야 하나요. 오히려 저처럼 두가지 느낌이 동시에 드는 '언밸런스'한 모습이 더 인상적이지 않나요?" 흔히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하는 '청순한 여인'의 도식적인 틀을 깨기 위해 장진 감독은 그녀를 캐스팅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질문에 대답하는 그녀의 모습이 참 특이했다. 연예계 생활에 어느 정도 익숙한 인물이라면, 아니 스타를 꿈꾸며 연예인의 길에 접어든 사람이라도 대개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아무리 기분이 나빠도 얼굴에는 미소를 띠고, 자신의 생각보다는 남들이 기대하는 '모범답안'을 내놓는 것이 많은 연예인들의 기본적인 인터뷰 스타일이다.

그런데 그녀는 질문에 대한 호불호(好不好)가 분명했다. 그 점을 지적하자, 시원스럽게 시인했다.

"성격이 직선적이에요. 애매하게 돌려서 표현하거나 피해가기보다는 갖고 있는 생각을 그대로 말하는 편이에요."

기분이 나빠도 '포커 페이스'로 내색을 하는데 익숙치 않다 보니 가장 불편한 것이 쇼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큰 키에 서구적인 외모 때문에 데뷔 초부터 그녀를 찾는 쇼 프로그램이 꽤 많았다. 하지만 딱 한번 모 버라이어티 쇼에 출연한 이후에는 다시는 나서지 않겠다고 결심했다는 것.

"친구들이 방송을 보고 전화를 했어요. '하기 싫어하는 속내가 너무 그대로 보인다'는 것이죠. 언제나 화사하게 웃고, 잘 몰라도 말 많이 하고, 재미없는데도 즐거운 척 하는게 저는 잘 안되요. "

사람들에게 주목을 처음 받게 된 드라마 <루키>에서 그녀는 박정철을 사이에 두고 소유진과는 정반대의 이미지로 등장했다. 매사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이고, 필요에 따라서는 상대의 애정도 이용할 줄 아는 공주병 환자.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는 예상을 뛰어넘는 '못된 성격'에 서러워서 한참 울었다고 한다. '왜 허구 많은 역할 중에 첫 데뷔작의 배역이 이런 인물이었을까'라는 억울함이 복받쳤던 것. "나중에 결심했죠. '어차피 내가 맡게 된 역할, 어디 한번 못된 여자가 어떤 것인지 한번 보여주자'구요. 욕을 먹든, 어떻게 되든 나중에 생각하자고 결심했죠."

그런 각오 때문일까, 그녀가 맡은 '연실'은 <루키>에서 소유진의 건강한 이미지와 대조를 이루면서 화제가 됐다. 예상했던 대로 길을 걸어갈 때 사람들의 손가락질도 받았고, 드라마 게시판에서는 '연실'을 욕하는 네티즌들의 글이 도배를 했다. 그녀가 연기를 시작할 때 목표를 했던 결과가 이루어진 셈이다.

드라마가 끝난 후 바로 캐스팅 된 영화 <킬러들의 수다>는 현재 두 달째 촬영을 하고 있다. 신현준 신하균 정진영 등 쟁쟁한 스타들 사이에서 새내기인 그녀는 자신의 말을 빌리면 '돈을 주고도 못 얻을 좋은 공부'를 하고 있다. 선배 연기자들의 명성 때문에 얼핏 주눅들것도 같건만, 매니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뻔뻔스러울 정도로 떨지 않고 잘 어울린다고 한다.

그녀가 맡은 '화이'는 신하균이 살인 주문을 받고 총을 겨누었다가 사랑에 빠지게 되는 여인이다. 순진하면서도 때론 그 청순함이 너무 지나쳐 조금 멍청해보일 때도 있는 여인이다. 신인인 그녀가 연기하기는 그리 만만치 않은 성격이다.

더구나 극중에서 '화의'는 아기를 밴 임신부. 이래저래 연기하기가 쉽지 않아 늘 장진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지금까지 찍은 장면중 어느 것이 가장 마음에 드냐고 물으니, 대뜸 하균과 처음 만나는 장면을 꼽았다.

"서로 차를 타고 가다가 길에 서있는 장면이에요. 그때 하균 선배는 저를 죽이려고 총을 겨누고 있고, 저는 그것도 모르고 차안에서 뱃속 아기의 초음파 사진을 보고 있죠. 저를 죽이려는 하균 선배 역시 차에 가려 제가 임신부인 것을 모르죠. 한쪽에서는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는 것을 바라보고, 한쪽은 생명을 죽이려고 하는데, 서로 그 상황을 모른다는 것이 묘한 아이러니가 있어요."

감정표현이 시원시원한 직선적인 성격과 모델 출신이라는 전력 때문에 '외향적이고 사교적'일 것이라고 지레짐작을 해보지만, 실제는 정반대.

촬영 스케줄이 없으면 거의 집에서 칩거하는 '방콕형'이다. 집에서 언니나 어머니와 수다를 떨거나 TV를 보는 것이 가장 즐겁다고 한다. 짬이 나서 친구를 만날 때도 집으로 오라고 한다. 여가시간에 집 밖을 나서는 것은 필요한 물건이 있어 쇼핑을 할 때. 그것도 살 물건만 사면 바로 집에 온단다.

"저는 백화점 구경, 흔히 '윈도우 쇼핑'이라는 것을 이해를 못해요. 왜 자기가 살 것도 아닌데 쳐다보고 있어요. 괜히 속만 쓰리지."

아직은 신인이라 딱히 어떤 역할이 하고 싶다는 꿈보다는 가능한 다양한 성격의 인물을 연기할 수 있으면 그만이라고 한다.

"어머니는 그래도 딸이 다른 스타들처럼 멋진 멜로물에서 눈물 연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하시는데요, 언니나 오빠는 '연실'을 맡은 연기를 볼 때 장희빈 같은 '못된 여자'가 딱 어울린데요."

김재범 <동아닷컴 기자> 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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