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신라의 달밤>촬영현장 "달빛 아래 결투"

  • 입력 2001년 5월 7일 18시 54분


영화 ‘신라의 달밤’의 마지막 액션 장면도 역시 교교한 달빛 아래 이뤄졌다. 경주 보문단지 인근 한적한 별장에서 박영준(이성재·사진 왼쪽)이 부하들을 구하기 위해 홀로 적의 조직 본거지에 뛰어들었다가 뭇매를 맞는 야간 액션장면이 펼쳐졌다.

첫 촬영은 슈퍼 크레인 위로 올라간 카메라로 이성재의 대역배우를 포함 50여명의 연속동작을 한 화면에 잡는 장면. 30초 분량의 이 장면을 찍기 위해 20여차례가 넘게 반복해가며 촬영이 이뤄졌다.

다음엔 같은 상황에서 이성재의 얼굴이 잡히는 클로즈업 장면. 이성재의 어설픈 액션연기로 가짜로 때리는 티가 났을 때를 뜻하는 “바래가 났다”는 말이 자주 들렸다.

달이 어느새 동편으로 건너올 무렵 이번엔 분장을 맡은 윤예령씨가 나섰다. 물엿과 빨간 식용색소로 이성재의 얼굴에 피칠을 하고 더미왁스(분장용 왁스)를 이용해 피부가 찢어진 효과를 냈다.

이윽고 이성재가 집단린치를 당하는 장면이 이어졌다. 구두발에 얼굴을 찍힌채 이성재가 울부짖는 마지막 장면에서 김상진 감독이 “장하다, 이성재!”라며 만족을 표시했지만 윤예령씨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절규하느라 입을 벌린 이성재의 입에 핏물이 고여 있지 않았던 것. 결국 핏물대용 물감을 머금은 이성재의 절규가 경주의 달밤에 울려펴진 시간은 자정을 넘겼다.

닭죽을 간식으로 먹은 뒤 이번엔 반대 각도에서 똑같은 촬영이 반복됐다. 오전 5시 촬영이 끝났을 때 난생 처음 맞는 연기를 해본 이성재는 “너무 재밌다”며 싱글거렸고 밤새 그를 ‘두들겨 팬’ 엑스트라들은 “변태”를 연발하며 녹초가 돼 쓰러졌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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