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7일) 이른 아침, 모처럼 내린 비 때문인지 가뜩이나 어둑한 거실에서 'KBS 뉴스광장'을 보던 나는 안타까운 사고 소식 둘을 접했다. 물에 빠진 8세 아들을 구하려고 물 속에 뛰어든 40대 남자가 힘이 빠져 허우적거리다 구조대원에 의해 구조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을 거두었다는 소식이다.
이 뉴스는 그 아들이 주변에서 던진 투망을 잡고 가까스로 구출됐다는 소식도 함께 전했다.
사고소식은 늘 가슴 한구석을 서늘하게 만든다. 내 아이가 물에 빠졌다면 어떻게 했을까, 수영도 잘 못하면서 나도 그 아버지처럼 물에 뛰어들었을지 몰라…. 이런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있는 사이, 마음 한구석에서는 다른 궁금증들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화면으로 미루어 보아 분명 어제 낮에 생긴 사고인데, 왜 아직까지 아버지 이름이나 정확한 나이, 그리고 아이의 이름, 학교, 학년 등은 취재가 안됐을까. 분명히 충분한 시간이 있었을텐데….
갓 내린 커피를 마시며 어물어물 하는 사이, 또 다른 소식이 귓전을 때렸다. 호주를 관광하던 한국인 두 명이 숨졌다는 소식이었다. 현지 경찰 소식을 인용한 이 보도에는 사망자 신원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 호주 경찰이야 ‘코리언’이면 충분하겠지만, 한국 언론의 자세는 달랐어야 했다.
신원을 모르면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는 말이라도 했어야 했다. 나는, 누군가가 사랑하는 사람을 호주 여행을 떠나보냈다면, 저 뉴스를 보면서 가슴꽤나 쓸어 내리겠다, 라고 그들을 동정했다.
그런데 이번엔 정말 희안한 일이 생겼다. 조금전 아버지의 익사 소식을 전한 그 앵커가 똑같은 소식을 되풀이 전하며 이번에는 “조카를 구하러…” 라고 말을 바꾼 것이다. 시간을 보니 정확히 오전 7시11분. 한시간 안에 같은 뉴스를 두 번 전하며 다른 내용으로 전달하니, 이만하면 아무리 기억력 나쁜 시청자라도 헷갈릴게 뻔하다.
만약 “조금전 전해드린 뉴스에서 아들이 아니라 조카이기에 바로잡습니다”라고 했다면, 나는 오히려 재빨리 잘못을 바로잡는 그들의 순발력과 사실 확인 노력을 칭찬했을 것이다.
그러고보니 불과 두어달전, ‘미국 캘리포니아 지진소식’도 나를 헷갈리게 한 뉴스다. 국내 앵커가 전하는 리히터 지진계 강도와, 외신에서 받아 자막처리한 리히터 지진계 강도의 숫자가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교포가 밀집되어 있는 지역에 지진이 일어났다는데, 교민의 피해는 거의 없었다는 말,
그러면서 교민이 운영하는 식료품점 선반이 무너졌다는 현지교민의 통화내용, 더구나 이 모든 것을 멀찌감치 떨어진 도시에서 전화로 리포트하는 ‘현지’ 보도진…. 어떤 지진이었는지 도무지 머릿속에 그림이 안 그려졌다.
미국의 저명한 한 언론인은 뉴스의 요건으로 첫째도 정확, 둘째도 정확, 셋째도 정확 (Accuracy, Accuracy, Accuracy)을 꼽았다. 정확한 보도 이후에 공정하고 균형잡힌 보도가 가능하고, 그 위에 겸허하게 잘못을 인정하는 소위 자체수정 메카니즘이 제대로 가동되어야 성숙한 저널리즘이라 할 것이다. 우리 TV 저널리즘은 현재 어떤 단계일까.
<이화여대 교수·언론홍보영상학부>shpark1@ewh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