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썸원 라이크 유>"남자들아, 그만좀 밝히시지"

  • 입력 2001년 5월 24일 18시 44분


90년대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에 멕 라이언이 있었다면 2000년대엔 애슐리 주드가 그 역할을 대신할지 모르겠다.

26일 개봉하는 ‘썸원 라이크 유’(Someone like You)는 그만큼 다채로운 그녀의 표정연기가 일품인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그녀는 겉으론 강한 척 보이지만 속은 여리기 짝이 없는 뉴욕 독신 직장여성의 모습을 매력적으로 그려냈다.

방송국 토크쇼 섭외담당자인 제인(애슐리 주드)은 매일 밤 여자를 바꾸는 난봉꾼 PD 에디(휴 잭맨)와 앙숙지간. 그런 제인은 기획PD로 새로 들어온 레이(그렉 키니어)에게 첫눈에 반한다. 그가 3년 간 사귄 애인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서로 가까워진 두 사람은 함께 동거할 계획까지 세운다.

하지만 레이는 옛 애인에게 작별통보를 하겠다더니 갑자기 뒷걸음치기 시작한다. 실연의 상처를 받은 제인은 홧김에 에디의 아파트 룸메이트로 들어갔다가 그의 바람둥이 행각을 관찰하곤 자신이 연애 실패에 대한 분풀이로 ‘새 암소 이론’을 개발한다. 이는 숫소들이 한번 교미한 암소에겐 두 번 다시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생물학적 행동양태를 인간에게 적용시켜 남성들의 ‘새 것 밝힘증’은 구제불능의 본능이란 주장.

제인은 일종의 보상심리로 60세가 넘은 여류동물학자 마리 찰스박사란 필명으로 이를 남성잡지에 기고했다가 일약 유명인사가 된다.

로라 지그먼의 소설 ‘동물사육’(Animal Husbandry)을 영화화한 이 작품의 미덕은 뉴욕이란 가장 현대적인 도시에서 펼쳐지는 남녀관계를 과학적으로 접근해 신선하다.

‘새 암소의 죽음’ ‘다시 외양간으로’ 등 연애단계별 부제설정이나 실연 당한 뒤에도 한 직장에서 만나야하는 남자의 체취를 잊기 위해 병원을 찾아가 ‘후각장애인’을 만들어 달라고 애원하는 제인의 모습 등 곳곳에 애교 어린 웃음이 넘친다.

이 영화를 찍은 지난해 여름 뉴욕에선 시내 곳곳에 각종 암소 조각을 설치하는 ‘카우 퍼레이드’로 암소 천지였다는 점을 상기하면 더욱 웃음이 터져 나온다.

이 영화의 재미를 배가시키는 것은 매력만점인 배우들의 연기. 특히 비련의 주인공을 주로 연기해온 애슐리 주드의 변신이 눈부시다. 마스카라가 잔뜩 번진 얼굴로 훌쩍거린다든지 남자 앞에서 팬티바람으로 치어 리더 춤까지 펼치는 모습은 귀엽기 그지없다.

‘엑스맨’의 늑대인간 울버린으로 혜성처럼 등장한 휴 잭맨도 멜 깁슨, 러셀 크로의 뒤를 이어 호주 산 남성미를 한껏 과시하고 있다.

‘사랑과 영혼’(Ghost)에서 패트릭 스웨이지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친구로 등장했던 영화배우 토니 골드윈의 두 번째 감독작품. 15세 이상 관람가.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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