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하는 이들은 모두 서로에게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들이고 사건은 극단적 방향으로 흘러간다. 김 감독은 이들이 잔인한 세상에서 몸부림 쳐본들 벗어날 길이 없다고 말하려 하는 듯하다.
미군 부대가 들어선 한 시골 마을. 혼혈인 아들 창국(양동근)과 함께 사는 창국 어머니(방은진)는 미국으로 떠난 흑인 남편에게 계속 편지를 보내지만 ‘수취인불명’이라는 직인이 찍힌 채 되돌아올 뿐이다. 창국은 어머니의 애인인 개장수 개눈(조재현)에게 개 잡는 일을 배운다.
한쪽 눈이 불구인 여고생 은옥(반민정)은 미군 부대에서 눈을 수술 받고 미군병사의 애인이 된다. 화랑에서 일하는 청년 지흠(김영민)은 그런 은옥을 사랑하며 괴로워한다.
평택을 배경으로 촬영한 이 영화는 제목 ‘수취인불명’이 상징하듯 ‘시대 자체로부터 수신되지 않는 아이들’을 주인공 삼아 이들이 몰락하는 과정을 차갑게 응시한다.
이 영화에는 ‘반쪽’의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배달되지 않는 편지를 계속 보내는 엄마나 혼혈인 아들, 한쪽 눈이 불구인 여고생은 모두 반쪽을 잃어버린 사람들이다.
이 완전하지 않은 절반끼리들의 만남은 치유나 화해와는 거리가 멀다. 수술로 두 눈을 갖게 된 은옥은 자신에게 문신을 새기고 떠나려는 미군 병사 제임스 앞에서 치료된 눈을 칼로 찌르고 불구의 상태로 되돌아간다. 은옥은 “두 눈으로 본 세상도 별로 다르지 않다”는 말을 남긴다.
창국이 논바닥에 몸의 절반이 쳐 박혀 죽는 장면이나 은옥이 잡지의 눈 사진을 오려 한 쪽 눈을 가리는 장면 등에서는 상징적 이미지를 세련되게 다루는 김 감독의 장기가 드러난다. 그러나 ‘영화를 만드는 손’보다 ‘하고 싶은 말’이 앞질러 나가서일까. 상징이 담고 있는 의미조차 너무 직설적이어서 때론 이야기를 진부하게 만든다.
그의 영화답게 거친 남성성, 신체의 훼손, 폭력에 대한 묘사는 여전하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이야기의 흐름이나 인물의 성격이 이전보다 복합적으로 구성돼 김 감독의 영화가운데 가장 ‘주류(主流)’에 가까운 영화로 꼽을 만하다.
신인인 양동근과 반미정의 호연이 돋보인다. 6월2일 개봉. 18세 이상 관람가.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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