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아트의 창시자 앤디 워홀의 말에서 따온 제목처럼 영화 ‘15분’(15 Minutes)은 살인범마저 순식간에 ‘유명 인사’로 만들어 버리는 미디어를 꼬집은 액션 범죄물이다.
뉴욕에 온 체코와 러시아 출신 범죄자 에밀(카렐 로덴)과 올렉(올렉 탁타로프). 이들에게 미국은 ‘살인자도 돈을 버는 나라’다. 이들은 올렉이 훔친 비디오로 살인 과정을 찍어 돈을 벌 계획을 세운다.
“유명한 사람을 죽이고 살인장면을 담은 필름을 방송국에 거액에 파는 거야. 그 돈으로 변호사 비용을 마련하고. 재판에서는 ‘정신이상’을 주장하면 돼. 몇 년간 정신병원 신세를 지고 나와 책을 쓰고 영화 판권으로 팔아 떼돈을 버는 거지.”
두 사람은 자신들이 저지른 두 건의 살인 방화사건을 쫓는 뉴욕 경찰국의 살인범죄 전문가 에디(로버트 드니로)를 ‘사냥감’으로 점찍는다. 에디는 대중연예지 ‘피플’의 표지로 등장할 만큼 유명한 형사. 뉴욕 소방서 소속 방화전문 수사관 죠디(에드워드 번즈)와 팀을 이룬 에디는 포위망을 좁혀가지만….
‘주인공은 중간에 죽지 않는다’는 통념을 깨고 에디는 영화 중반을 지나 죽는다. 그러나 그 후에도 쫓고 쫓기는 사건이 쉴 틈 없이 벌어져 극적 긴장과 재미는 깨지지 않는다.
존 허츠펠드 감독은 기존의 할리우드 형사물에 ‘미디어’라는 새 양념을 추가해 사회적 메시지도 전달하려 했다. 하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부담 없는 액션 범죄물로 즐기는 편이 낫다.
폭력에 물든 미디어를 삐딱하게 바라봤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잔인한 폭력과 살인 장면을 빼놓지 않았다. 9일 개봉. 18세 이상 관람가.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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