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KBS '아침마당'스튜디오는 신바람 한마당

  • 입력 2001년 5월 28일 19시 01분


토요 휴무제가 확산되면서 도심의 토요일 아침은 조용해졌지만 서울 여의도 KBS 본관의 TS-3 스튜디오는 예외다.

KBS1 ‘아침 마당’(월∼토 오전8·30)을 생방송하는 이 곳은 매주 토요일 마다 ‘시끌벅적한 관광 버스’로 탈바꿈한다. ‘아침마당’의 토요일 간판 코너인 ‘가족 노래자랑’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아마추어 세 팀이 노래를 불러 시청자들이 ARS전화로 즉석에서 우승팀을 가리는 이 코너는 TV 노래자랑 프로그램 중 가장 이른 시간에, 그것도 생방송으로 진행된다. 주말 여의도 아침을 들썩이게 하는 이 곳 풍경을 들여다본다. ‘아침마당’은 최근 프로그램이 시작된 지 10주년을 맞았다.

#1. 26일 오전6시50분 서울 여의도 KBS 로비

이 날도 지각생이 나왔다. 노래 자랑에 참가할 ‘올케·시누이 팀’(이혜경·이혜란씨)이 10여분 늦은 것. “집이 수원이라…”고 해명했지만 메인 작가 이경화씨는 “다른 코너 출연자들도 마찬가지로 집이 멀지만 일찍 나와요”라고 한 마디 한다.

이씨는 이들을 스튜디오 앞에 집합시켰다. 1시간 동안의 ‘오리엔테이션’ 시간. 생방송인데다 ‘아침마당’의 다른 코너와는 달리 쇼 성격이 강해 ‘방송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주의사항 등을 따로 일러주는 것.

이씨의 훈시가 이어진다. “억지로 이야기를 지어내지 마세요. 특히 여자 분들은 ‘우아 떨지’ 말고, 남자 분들은 건방진 이미지를 주면 대개 감점입니다.”

한 제작진은 “주부들의 가장 큰 라이벌은 주부라서 잘 난 체하는 꼴을 못 봐요. 그러다 보면 채널도 돌아가죠”라고 귀띔한다.

#2. 오전7시55분 KBS 본관 TS-3 스튜디오

스튜디오에서 리허설 시작! 잠이 덜 깨 다소 게슴츠레 하게 있던 노래자랑 팀들은 아직 긴장이 덜 풀린 듯 10여 m 위에 매달린 조명을 보며 두리번거린다.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다시 스튜디오로 돌아와 보니 진행자인 이금희가 어느새 나타나 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웃어 제끼고 있고, 각 팀은 무대에서 댄스까지 곁들이고 있다.

새벽 방송 끝내고 하품하던 다른 제작진들은 “아침부터 힘도 좋다”며 스튜디오 안을 기웃거리고, 간부회의를 마치고 근처를 지나가던 ‘아침마당’ 총괄 양성수 교양국장은 “허, 참”하며 흡족해한다.

노래 자랑 다음 코너인 ‘사랑 만들기’의 이날 출연자인 김점분 할머니(67)는 ‘남매팀’(이주연·이호영씨)이 연습하던 노래 ‘이브의 경고’를 듣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춤사위를 선보인다. 대본을 보던 이금희가 그에게 달려간다.

“할머니, 생방송 때도 이러면 안돼요” “원래 이러는 거 아닌감?” 지난해 이산가족 상봉장에서 노인들을 녹여 내렸던 이금희 특유의 반말 화법이 등장한다. “그래도 그렇지, 할머니 순서도 아니고” “그래도 할 꺼여”

#3. 같은 날 오전8시50분 같은 장소

리허설이 끝나고 첫 코너인 ‘주부탈출! 오늘은 좋은날’에 이어 드디어 노래 자랑이 시작됐다.

세 팀이 모여 각자의 사연을 소개했다. “노래자랑 신청할 때 시부모님 29주년 결혼기념일이었는데 시아버님이 그후에 교통사고를 당했어요.”(‘올케·시누이팀’) “관절염을 앓던 어머니가 요즘은 움직이기도 힘들어요.”(‘남매팀’) “시어머니 환갑이 8월이고 친정어머니 칠순이 9월인데 두분 모두 혼자 계시거든요.”(‘부부팀’)

리허설 때의 엇비슷한 실력은 본방에서도 그대로인데 정작 사연은 달랐다. 강성철 책임PD는 “우승팀을 결정하는 건 대부분 주부 시청자들이라 출연자들의 노래 실력보다는 사연의 ‘감동’이 결정적”이라고 말한다.

결국 ‘부부팀’(정미·윤한영씨)이 1승을 거뒀고 상품으로 제주도 2박3일 여행권을 받아갔다. 오전 9시반. 약 3시간의 토요일 아침 노래자랑은 이렇게 끝났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 이금희씨가 귀뜸하는 '고득점 요령'

- 노래-춤솜씨 아무리 뛰어나도 서민적 '촌스러움'에 못당해요

이 코너는 원래 주부나 부부 출연자만을 대상으로 했다. 그러다 보니 신청자가 별로 없었다. 제작진은 고민 끝에 신청자 대상을 자매 형제 부자 모녀까지로 넓혔다. 하지만 우리 프로그램에서 가장 원하는 출연자는 부부나 주부다. 사연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부의 경우 ‘출연 부도율’이 높다. 남편들이 막판에 “창피하다”며 고집 부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6일 방송의 경우 다행히 부부 출연자가 나와 우승까지 했지만 요즘은 대부분 젊은층이 나온다. 노래도 주 시청자층인 주부들이 모르는 최신곡일 경우가 많다. 담당PD와 피아노 반주를 하는 심수천씨(작곡가)가 대중적인 트로트 곡을 골라 줘도 무조건 최신곡을 고집한다.

앞으로 출연할 분들에게 도움될 만한 사례 하나를 소개한다. 1999년 1월 경 한 자매 팀이 아버지 환갑 잔치 때 입었다는 촌스런 한복을 입고 나와 ‘홍콩 아가씨’를 불렀다. 당시 3승에 도전하던 막강한 전력의 다른 남매 팀이 세련된 노래를 멋들어지게 부르고도 이들에게 졌다. ‘아침 마당’은 이같은 서민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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