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우르르 시트콤들이 쏟아져나와 날 어리둥절하게 만들더니 이젠 시트콤들도 나름대로 자기 색깔을 내기 시작했다. 어설픈 청춘시트콤이냐, 와글와글하다 끝나는 가족시트콤이냐, 아님 “애들은 가라!” 성인시트콤이냐...
요즘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시트콤은 부부 시트콤을 표방하고 나선 SBS 의 ‘허니허니’다. “가족들끼리 보기 민망하다!” “세친구보다 재미없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지만 내가 ‘허니허니’를 좋아하는 이유는 일단 웃겨서!다. 재미없는 시트콤이 지천으로 널린 요즘 ‘허니허니’가 재미있는 이유는? 고것을 꼭 집어 알려주마~
첫째, 연기가 된다! ‘허니허니’엔 톱스타는 나오지 않지만 기본적으로 연기가 되는 연기자들이 나온다. 어설픈 청춘시트콤들처럼 얼굴만 멀쩡하고 대사는 책을 읽는 함량미달이 나와서 분위기 썰렁하게 만드는 경우가 비교적 적다. 또 연기도 안되면서 '시트콤=오버'라고 판단, 무작정 오버하는 연기자도 없다. 그래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어느 장면이 나와도 확! 깨는 경우가 없다. 당연히 보는 사람은 편안하고 재미있다.
둘째, 부부 중심이다! 나도 나이를 먹었는지 이젠 되도 않는 청춘물-알고보니 널 사랑해~라든가, 넌 무조건 내꺼여~라는 식의 시트콤은 영 흥미없다. 그렇다고 대가족이 나오는 시트콤은 더 짜증난다. 며느리가 봉인가? 심술쟁이 시어머니 시아버지 때문에 씩씩거리는 며느리를 보고 어떻게 같은 며느리 입장에서 웃음이 나오냐 말이다.
그에 비해 ‘허니허니’는 부부 중심 시트콤이다. 시집살이 하는 정선경은 시어머니랑 시누이 때문에 짜증내지만 두 여자의 협공에 당하고만 사는 조연이 아니라 ‘밤이 무서운’ 남편과 아옹다옹하는 주인공이다. 가족의 기본은 부부임을 강조하고 화목한 가정은 화기애애한 부부 사이에서 나온다는 걸 확실히 하는 시트콤, 멋지지 않은가?
셋째, 캐릭터가 살아있다! 시트콤은 캐릭터의 매력에 따라 승부가 나는 것 같다. ‘남자 셋 여자 셋’의 이의정이나 ‘세 친구’의 윤다훈,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사고뭉치 캐릭터로 한방에 뜨지 않던가? 내가 ‘허니허니’에서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는 정선경이 맡은 약간 맹~한 주부역이다. 겉모습은 평범하고 새침한 새댁인데 밤이면 남편이 먹은 비아그라가 효과를 나타내기만 기다리는 (그것도 무척이나 기대에 가득찬 얼굴로) 모습이 너무 웃기다. 매주 정선경과 이영범 부부를 보면서 남편이랑 “저렇게 되면 어쩌냐?”고 킬킬거린다.
물론 실컷 싸우다가도 침대에만 들어갔다 나오면 문제가 해결된다거나, 동사무소의 파멜라를 놀려먹는 김진수랑 싸이를 보는 건 좀 짜증난다. 여자가 새냐? 침대에 누웠다 일어나면 화난 거 다 까먹게? 또 양념처럼 가슴만 무지막지하게 큰 여자가 푹 파진 옷을 입고 왔다갔다하는 것도 ‘세친구’의 정양 이후 식상한 메뉴고...(남자들은 봐도봐도 새로울지 모르지만). ‘허니허니’가 성인시트콤 임을 기억하면 뭐, 참고 지켜봐야겠지만...
각양각색 부부들의 은밀하고도 유쾌한 이야기, ‘허니허니’! 이 주부의 작은 소망이라면 ‘푸른 안개’의 이경영, 김미숙같이 썰렁해진 부부들도 손 붙잡고 웃을 수 있는 시트콤이 됐으면 하는 것이다. ‘허니허니’의 섹시발랄한 행진은 계속되어야 한다! 쭈~욱!
조수영 <동아닷컴 객원기자> sudatv@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