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녀 게임이면서도 건전한 전개와 교육적인 내용을 담고있는 <사쿠라3>는 제도(도쿄)를 무대로 이야기를 펼쳐나가던 전작들과는 달리 프랑스의 수도 '파리'를 게임의 배경으로 삼았다. 너무나도 일본적인 그래픽과 게임진행에 거부감이 들었던 전작과 비교해보면 파리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것이 <사쿠라3>의 특징.
<사쿠라3>의 주인공은 '오오가미 이치로'다. 이치로는 증기수(증기로 움직이는 로봇)를 부려 악행을 일삼는 괴인들로부터 파리를 지키는 '파리 화격단'의 대장. 게이머는 이치로가 되어 개성이 강한 5명의 동지들과 함께 괴인을 물리치고 파리의 평화를 지켜야한다.
미소녀 게임답게 이 게임에 등장하는 5명의 동료는 모두 어여쁜 여성캐릭터다. 귀족적인 분위기의 '글리신느', 푼수 같지만 귀여운 수녀지망생 '에리카' 그리고 터프한 범죄자 '로벨리아'와 한없이 약해 보여 감싸주고 싶은 '하나비', 마지막으로 천진 난만한 11세의 소녀 '코크리코'가 그들이다. 게이머는 괴인을 물리치는 것보다 5명의 전우들을 잘 독려(?)하는 일에 비중을 두어야 한다.
<사쿠라3>는 어드벤처의 묘미와 시뮬레이션의 재미까지 겸비했다. 게임은 크게 2가지로 나뉘는데 대원들의 팀웍과 대장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어드벤처 파트와 괴인들과의 전투 파트가 그것이다.
특이하게도 <사쿠라3>의 전투에서는 경험치가 없다. 대장에 대한 대원들의 신뢰도가 곧 전투력이기 때문이다. 신뢰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잘 싸운다는 얘기. 그래서 레벨업 때문에 구석에 숨어있는 적을 찾아내 부숴야 하는 수고는 덜 수 있다. 그러나 어드벤처 모드에서 대원들의 신뢰도를 높이는데 실패하면 어려운 싸움을 각오해야만 한다.
'파리 화격단'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광무'(증기로 움직이는 로봇)를 타고 싸운다. 고전적인 턴 방식의 전투방식을 채용했지만 7개의 블록으로 이루어져있는 '증기 그래프'를 사용한다. 광무가 공격 또는 이동할 때마다 1개의 블록씩 소모되는데 6개 이상의 블록이 남아있다면 에너지를 채울 수 있는 '회복'을, 2개이상의 블록이 남아 있다면 데미지를 줄여 주는 '방어' 커멘드를 사용할 수 있다.
<사쿠라3>의 전투는 쉬운 난이도로 되어있다. 어느 정도 게임 경험만 있다면 쉽게 클리어 할 수 있다. 다만 한가지 주의할 것은 대장인 이치로의 커멘드 중에서'보호하다'(?)를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 '보호하다'는 게이머가 지정한 캐릭터 대신 이치로가 적의 공격을 대신 맞아 주는 것인데 그렇게 하면 보호해준 캐릭터의 신뢰도가 상승한다. 더구나 공격을 받더라도 손상을 입지 않기 때문에 전략적으로도 중요한 커멘드다. 3번밖에 쓸 수 없지만 쉽게 신뢰도를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사쿠라3>의 어드벤처 모드는 '코나미'사의 명작 어드벤처인 '폴리스 넛츠'나 '스네처'와 다르다. 주어진 시간 내에 상대의 질문에 답변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화를 할 때도 항상 게이머는 긴장해야 한다. 시간 내에 대답을 하지 못한다면 신뢰도가 떨어진다. 엉뚱한 대답을 선택하더라도 신뢰도는 급강하한다. 이것이 바로 '타이밍 LIPS'. 평범한 대화 속에도 게임성을 가미한 것이다.
연예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사쿠라3>는 자유도가 대단하다. 게임을 진행하기 위해 꼭 치뤄야 할 통상이벤트를 끝내면 'ELF'사의 미소녀 게임인 '동급생'처럼 이치로는 주어진 시간 안에 파리를 자유롭게 활보할 수 있다. 이때 이치로가 도착한 장소마다 다른 이벤트가 벌어지는데 이벤트에 따라서 대원들 중 하나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그래서 <사쿠라 대전>시리즈는 양다리가 불가능하다. 마음에 드는 캐릭터 하나만 간수하기도 힘들다.
드라마 같은 게임구성, 컴퓨터 그래픽과 애니매이션을 결합한 미려한 그래픽은 물론 화면과 잘 맞아떨어지는 배경음악까지 <사쿠라3>는 흠잡을 때 없는 작품이다. 그러나 너무 많은 플레이 횟수를 강요한다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미소녀 연예게임인 만큼 대원 중 하나를 선택해서 해피엔딩을 맞는다는 것이 주제이기 때문인데 게임의 특성상 여러 번 처음부터 다시 플레이해야만 5명의 해피엔딩을 볼 수 있어서다. 게다가 세이브는 주어진 시나리오가 끝나야만 할 수 있어 어드벤쳐 모드에서 신뢰도를 올리기에 실패했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하는 불편도 감수해야 한다.
강용구<동아닷컴 객원기자>kyk5755@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