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TV가 맛있네요"…방송, 음식을 만나다

  • 입력 2001년 6월 4일 18시 53분


KBS2 토크쇼인 ‘서세원쇼’(화 밤11·00)의 간판 코너 ‘토크 박스’는 지난주부터 포맷을 바꿨다. 원래는 10여명의 출연자들이 돌아가며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이었으나, 새 포맷은 출연자들을 4개 팀으로 나눠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준 한 팀을 뽑고 그 팀이 상품으로 마련된 일품 요리를 시식하는 것으로 수정한 것.

지난 화요일 방송에서는 연한 안심 스테이크에 허브를 곁들인 4만원 상당의 프랑스 요리가 등장했다. 프로그램의 초점은 자연히 ‘누가 웃기나’에서 ‘누가 웃겨서 요리를 먹을 수 있나’로 옮겨갔다.

얼마 전까지 요리프로그램은 주부 대상으로 음식 만드는 법을 강의하는 단순한 내용이 주류를 이뤘다. 또 오락프로그램에 음식이 등장하더라도 소품 가운데 하나로 처리되는 정도였다. 그러나 이제는 음식이 오락프로그램을 이끌어 가는 핵심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이는 20, 30대 시청자들 사이에서 소위 ‘구어메’(Gourmet·음식) 문화가 퍼지기 시작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방송과 음식의 ‘동거’〓‘서세원쇼’와 같은 시간에 방송되는 SBS ‘두 남자쇼’는 아예 주력 코너 이름이 ‘삼겹살 토크’. MC인 유정현과 신동엽이 연예인을 고기 집으로 데려가 그 연예인의 친한 동료를 등장시키고 고기 먹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풀어간다.

또 SBS 주말 프로그램인 ‘초특급 일요일 만세’에서는 진행자가 그 날 연예인 출연자를 야외 레스토랑으로 초대해 출연자에게 요리를 대접하면서 대화를 이끌어내는 코너를 방송하고 있다.

KBS2 ‘야! 한밤에’(목 11·00)도 역시 최근까지 진행을 맡던 서세원이 출연자들에게 인도 태국 등 매주 다른 나라의 일품 요리를 대접하면서 이야기를 듣는 ‘진실 혹은 대담(對談)’코너를 방송하기도 했다.

▽왜 ‘음식’인가〓최근 종영된 SBS ‘이홍렬쇼’의 ‘참참참’ 코너가 음식 만들기를 엔터테인먼트에 결합한 소위 ‘푸드테인먼트’(Foodtainment·Food+Entertainment)의 장르를 개척하면서 이같은 추세가 본격화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2년여 전부터 연예인들의 ‘입담’에 의존하는 집단 토크쇼가 각 방송사의 핵심 오락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으면서 서로 엇비슷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한 카드로 요리를 정면 배치했다는 것. 물론 시청자들이 실생활에서 음식에 대해 부쩍 높아진 관심을 보이는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게다가 분위기 있는 세트가 시청률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면서 아예 고급스런 레스토랑을 주 무대로 삼는 경우가 많아졌다. SBS 예능국의 한 PD는 “레스토랑은 ‘장소 협찬’ 표시를 하지 않아도 20, 30대 시청자들이 어렵지 않게 찾아가기 때문에 서로 입장이 편하다”고 설명했다. 방송사에서 따로 세트를 제작을 하려면 1000만 원대의 비용이 들어가지만 음식점을 빌리면 이를 절약할 수 있는 것.

△앞으로는?〓1일 개국 1주년을 맞은 음식전문 케이블TV인 채널F가 예상 밖으로 시청자들의 호응을 끌어내면서 다른 지상파 방송에서도 음식 관련 프로그램들을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남희석, 이휘재의 한국이 보인다’ 등을 연출한 KBS 이용우PD는 “앞으로는 음식 자체를 프로그램의 메인 아이템으로 잡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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