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아침 토크쇼 '연예인 모시기' 경쟁 눈살

  • 입력 2001년 6월 18일 18시 29분


공중파 TV가 ‘연예인 천국’이 됐다. 밤 시간대에는 연예정보 프로그램이, 아침 시간대는 토크쇼 프로그램이 앞다퉈 연예인 모시기에 혈안이다.

KBS 2TV ‘연예가 중계’, SBS ‘한밤의 TV연예’, MBC ‘TV 섹션 연예통신’ 등이 연예인의 근황 사생활 촬영장 소식을 미주알 고주알 소개하는 것으로도 모자라는지, 아침 토크쇼 프로그램인 SBS ‘한선교 정은아의 좋은 아침’(월∼금 오전 9·30)과 KBS ‘행복채널’(월∼금 오전 9·30)이 경쟁적으로 연예인들을 초대 손님으로 출연시키고 있는 것.

‘…좋은 아침’이 매주 수요일 연예가 정보를 소개하는 ‘연예특급’ 코너로 짭짤한 재미를 보자 ‘행복채널’이 맞불 작전을 펴 지난 5월 봄 개편을 기해 같은 요일 ‘수요 연예매거진’ 코너를 마련했다. 지난 13일 ‘…좋은 아침’은 ‘비디오 파문’의 주인공 백지영의 컴백과 영화 ‘흑수선’ 촬영현장을 다뤘고, ‘행복채널’은 일본에서 일시 귀국한 이봉원, 스타일로 본 미인 분석, 연예인의 자식 자랑 등을 늘어놓았다.

물론 ‘…좋은 아침’이 다룬 스타의 여름 피지 제거법이나 ‘행복채널’의 아줌마 이병헌 팬클럽 같은 소재는 연예정보 프로그램과 다른 접근방식을 취했지만, 이영자 다이어트 파문과 박진영 컴백 등 대부분의 아이템은 ‘재탕’이었다.

‘행복채널’의 오진규 PD는 “국내 연예시장의 규모가 워낙 작아 인기 스타의 중복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침 토크쇼 프로그램이 연예인을 선호하는 것은 ‘시청률’ 때문이다. ‘…좋은 아침’과 ‘행복채널’의 시청률은 평일 평균 4∼8% 수준이지만 연예인을 다룰 경우 두 배 이상 높아진다. 실제 지난 14일 탤런트 송옥숙이 출연한 ‘행복채널’이 8.6%의 시청률(AC닐슨 코리아 집계)을 기록한 반면, 하버드대에 합격한 민족사관학교 학생을 다룬 ‘…좋은 아침’은 6.2%에 그쳤다.

시청자 단체인 ‘매비우스’(‘매체비평 우리 스스로 하기’의 앞글자를 딴 이름) 모니터부의 곽윤정 간사는 “아침 토크쇼 프로그램이 연예인을 많이 활용하는 것은 손쉽고 안전하게 시청률을 올리려는 안일한 제작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삶의 지혜와 정보가 있는 프로그램 개발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태훈기자>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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