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리수는 지난 주 방송사 연예 정보프로그램에 집중적으로 등장해 사생활을 소개하고 자신에 대한 세간의 궁금증에 대해 답변했다.
16일 생방송으로 진행된 KBS2 ‘연예인 중계’에서는 “춤을 한 번 춰달라”는 진행자의 요청에 “음악 소리가 작다”며 스튜디오 한 가운데에서 온 몸을 쓰다듬는 춤사위를 선보였다. 최근 듀오 ‘터보’의 ‘히스토리’ 앨범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샤워장에서 물을 맞으며 군무(群舞)를 연출한 장면이 소개될 때는 “여성스럽고 섹시한 매력 덕에 작업이 수월했다”는 베테랑 뮤직비디오 연출가 홍종호 감독의 찬사가 곁들여졌다.
11일부터 15일까지 연속 방송된 KBS2 ‘인간극장-그 여자 하리수’ 편은 영화(‘노랑머리2’)와 음반 발매 등 다음달부터 본격화될 연예 활동에 앞서 항간의 거부감을 누그러뜨리는 데 적잖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 프로그램의 평균 시청률은 평소의 두 배인 15%(TNS 미디어코리아 기준)를 기록했고 데뷔 후 처음으로 부모와의 만남이 공개된 13일 방송에서는 16.8%까지 치솟았다. 연출을 맡은 KBS 김용두PD는 “‘아이 왜 이렇게 구멍을 못 찾지’하며 십자수를 뜨는 등 지극히 여성스런 모습을 보여 ‘여자’라는 이미지를 심는 데 효과적이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물론 하리수의 이러한 ‘융단 폭격’식 방송 출연을 놓고 시청자들의 반응은 아직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방송 이후 17일까지 KBS2 ‘인간극장’ 인터넷 게시판에 게재된 2만2000여 건의 시청자 의견은 “공영방송에서 아직 일반인들의 공감을 충분히 얻지 못하는 인물을 다루는 이유를 모르겠다”부터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까지 다양했다.
연예인으로서 하리수의 ‘몸값’은 벌써 뛰고 있다. 19일 방송되는 KBS2 ‘서세원쇼’(화 밤11·00)가 그를 출연시켜 녹화를 마치자 SBS도 같은 시간대 ‘두 남자 쇼’에서 그를 게스트로 긴급 섭외해 맞불작전을 편 것. 하리수는 KBS ‘서세원쇼’ 녹화에서 고교 남자 동창과, 평소 정신적으로 의지한다는 또 다른 트랜스 젠더와 함께 30여분간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남탕, 여탕 모두 가봤지만, 여자라서 그런지 남탕이 더 좋았다” “어머니는 딸로 생각하지만 아버지는 2대 독자인 나를 아직 아들로 여긴다”고 말했다. 녹화 후 하리수와 팔짱 낀 채 기념 사진을 찍은 서세원은 “좀 얼떨떨했다”는 소감을 전했다.
하리수는 “이제는 홍보 활동을 당분간 접고 다음달 출시될 음반 녹음과 영화 마무리 작업에 전념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1998년 일본에서 헤어디자인을 공부하던 중 아는 ‘언니’의 소개로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