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인터뷰]코믹연기로 변신 성공 차승원

  • 입력 2001년 6월 18일 19시 06분


김상진 감독은 영화 ‘신라의 달밤’의 마무리 작업을 하면서 며칠 동안 고민했다. 주연 배우인 이성재와 차승원 중 누구 이름을 자막에 먼저 넣는냐는 문제 때문이었다. (결국 시작 자막에는 이성재를, 엔딩 자막에는 차승원을 먼저 넣었다.)

감독에게는 그런 ‘사소한’ 일도 고민이 될 만큼 두 배우의 비중이 똑같겠지만, 관객의 입장에서 ‘신라의 달밤’은 생각할 필요도 없이 ‘차승원의’ 영화다.

“역할의 성격 때문이겠죠, 뭐. 제가 맡은 ‘기동’이라는 인물의 색깔이 워낙 튀니까요. 사실, 이성재 씨가 맡은 ‘영준’은 배우 입장에서는 재미도 없고 연기하기도 어려운 캐릭터예요.”

동갑내기인 두 사람이 이번에 영화를 찍으면서 절친한 친구가 됐다고 하더니, 차승원은 자신이 영화에서 더 도드라져 보인다는 평이 마음에 걸리는 듯 연신 이성재를 추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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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차승원이 아니었다면 ‘신라의 달밤’을 보면서 웃는 빈도는 훨씬 줄었을 지도 모른다. ‘차승원의 역설’일까. 영화 ‘리베라 메’의 사이코 방화범으로 차승원을 기억하는 관객이나 그를 그저 ‘몸매 좋고 잘 생긴 모델 출신 배우’로만 알고 있는 사람은 이 영화에서 보여지는 그의 ‘망가진’ 모습에 배를 잡고 웃게 된다.

코미디는 처음이라는 그는 “철저히 계산된 연기만이 웃음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그는 애드리브마저 ‘준비’할 정도로 치밀하게 계산된 연기를 펼쳤다.

‘신라의 달밤’은 올 여름 유난히 많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에 맞서 처음 개봉되는 한국 영화. 하지만 그는 “‘신라의 달밤’이 코미디 영화의 결정판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범죄 스릴러(리베라 메)에 이어 코믹액션까지, 배우로서 영역을 넓혀온 그의 다음 작품은 무엇일까?

“아직 정하진 않았지만, 코미디는 아니겠죠. 이번에 했으니까요. 다음 번엔 ‘신라의 달밤’과는 전혀 다른 류의 영화를 할거고, 그 다음에는 또 180도 달라질 겁니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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