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에 서식하는 가시고기는 큰가시고기, 가시고기, 잔가시고기 등 모두 세 종류. 이 중 큰가시고기는 연어처럼 바다에 서식하다 산란기에 민물로 돌아오는 회유성 어종이고, 다른 두 종은 동해안 일대 민물에 서식하는 담수성 어종이다.
어류 중 유일하게 둥지를 트는 이들은 수컷이 부화와 양육을 맡는다. 수컷이 수초 속에 둥지를 틀면 암컷은 이 곳에 산란만 하고 사라진다. 이후 수컷은 적의 침입을 막고 알의 부화를 돕기 위해 지느러미로 끊임없이 부채질을 하느라 잠 한 숨 안자고, 먹을 것 안 먹으며 둥지를 지킨다. 또 1000여 개의 알에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 둥지 밖으로 꺼냈다 다시 넣는 수고를 반복한다.
이렇게 해서 부화에 성공해도 수컷의 임무가 끝난 것은 아니다. 수컷은 새끼들이 수중 환경에 적응하도록 닷새가량 둥지를 더 지키다가 마지막 혼신의 힘을 다해 둥지 속으로 몸을 이동한다. 자신의 육신을 새끼의 먹이로 내놓기 위해서다.
새로운 사실도 밝혀냈다. 둥지를 견고하게 하는 점액질은 입이 아니라 정액이 나오는 곳에서 분비된다는 사실은 내시경 카메라 촬영의 성과였다. 또 큰가시고기는 입으로 알을 살짝 물어서 새끼가 알껍질을 깨고 나오는데 도움을 준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강원도 고성 산불 이후 인근 송지호에는 종족 보존을 위해 잔가시고시 수컷에 비해 암컷수가 엄청나게 늘어났을 뿐 아니라 이전과는 달리 암컷이 수컷을 유혹하는 특이현상도 관찰됐다. 연출자 안희구PD는 5∼8㎝밖에 안 되는 미물이 이토록 인간을 부끄럽게 만들 줄 몰랐다 는 말로 감동을 표현했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