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장르별 추천작]안방서 '비디오 피서' 어때요

  • 입력 2001년 7월 3일 18시 46분


열대야를 넘기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비디오 감상. 영화에 빠져들면 어느새 더위를 싹 잊게 된다. 올 여름 볼 만한 비디오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남미영화

‘여름 영화’로 꼭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맛을 보여드립니다(Woman on Top)’이다.

제목만 들으면 에로영화 아닌가, 생각되지만 에로와는 전혀 거리가 멀다. 특이한 로맨틱 코미디다.

브라질 출신 여성감독 피나 토레스는 이 영화에서 음식과 사랑, 그리고 낭만적 전설을 하나로 뒤섞는다. 브라질의 상큼한 보사노바 선율에 헤어짐과 애절한 구애를 되풀이하는 남녀의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남미의 열정이 할리우드 장르 문법과 하나가 된 이 영화는 ‘하몽하몽’의 페넬로페 크루즈 주연 작이다.

남미 얘기를 꺼낸 김에 하나 더. 아직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Buena Vista Social Club)’을 못 본 사람이라면 비디오라도 꼭 볼 것을 권한다. 이 다큐멘터리는 쿠바 출신 노장 음악인들의 연주 실황을 담고 있다.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음악인들이 여전히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는데 그들은 쿠바의 잊혀진 역사, 혁명의 자존심을 논한다. ‘베를린 천사의 시’를 만들었던 빔 벤더스 감독의 역작이기도 하다.

▼공포영화

여름하면 떠오르는 장르는 아마도 공포영화가 아닐까? 최근 소개된 공포영화 중에선 심리적 공포를 자극하는 작품이 꽤 있다. ‘스터 오브 에코(Stir of Ecoes)’는 무더위를 식혀줄 만한 영화다. 초자연적 현상을 경험한 사람이 귀신의 한을 대신 풀어준다는, 어쩌면 우리에겐 친숙할 법한 이야기. 원래 시나리오 작가였던 데이비드 쿠엡 감독은 영화에서 촘촘한 구성의 묘미와 ‘식스 센스’를 연상시키는 심리공포의 세계를 열어 보인다.

‘링’ 시리즈로 유명한 나카다 히데오 감독의 일본영화 ‘여우령(女優靈)’도 있다. 영화촬영장에 유령이 나타나 영화 스태프들을 긴장시킨다는 내용이다. 별다른 특수효과를 쓰지 않고, 여배우 뒤에서 입을 벌리고 웃는 유령의 모습을 희미하게 포착한 장면이 있는데 소름이 돋는 느낌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링’ 시리즈보다 더 무서웠다.

▼여성을 위한 영화

로드리고 가르시아 감독의 ‘그녀를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는 것(Things You Can Tell Just by Looking at Her)’과 매트 윌리엄스 감독의 ‘노블리(Where The Heart Is)’는 여성들이 공감하면서 볼 만한 영화. 두 편 다 드라마가 살아 있는 영화들이다. 두 편의 영화는 일상에 찌든 고달픈 여성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그 속엔 아름답지만 앞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 여성이 있으며, 각기 아버지가 다른 아이를 출산하는 여성도 있다. 글렌 클로즈와 카메론 디아즈, 애슐리 주드, 나탈리 포트먼 등의 스타가 출연하고 있는 이 영화들은 여성의 삶이 그리 순탄치 않은 것이면서도 그 자체로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드라마임을 일러주고 있다. 세련된 캐릭터들의 조합이 빚어내는 울림 또한 다정하다.

▼SF영화

제임스 카메론의 ‘다크엔젤(Dark Angel)’은 흥미로운 SF액션 시리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각본과 제작에 참여한 이 TV 시리즈는 여 전사 캐릭터와 초능력, 그리고 미래사회의 암울한 묵시록을 주요 키워드로 한다. 화려한 볼거리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시리즈마다 재치 있는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 있는 전형적인 오락물이다.

▼아이들용

아이들에게 동심과 꿈을 강요하기란 정말 어렵다. 특히 요즘처럼 TV를 즐겨보는 아이들에게는…. 다른 나라 어린이들의 일상 생활을 담은 영화를 보여주면 어떨까?

‘천국의 아이들(Children Of Heaven)’은 아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이란영화다. 여기서 여동생의 구두를 잃어버린 오빠는 여동생과 자신의 신발을 번갈아가며 신는다. 낯선 이란의 풍경을 담고 있으며 나름대로 교육적인 가치도 있다.

일본 영화로는 ‘주브나일(Juvenile)’과 만화 포켓몬스터의 극장판인 ‘포켓몬스터:뮤츠의 역습’이 있다. SF판타지물인 ‘주브나일’은 미래에서 온 로봇과 소년의 우정을, 그리고 ‘포켓몬스터’ 극장판은 포케몬과 아이들의 즐거운 한때를 각기 화면에 그려내고 있다. 전자오락으로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은 이 작품들을 그리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과학과 문명에 대해 한번쯤 골똘하게 생각해볼 기회도 될 수 있겠다.

애완동물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102마리 달마시안(102 Dalmatians)’도 좋겠다. 애니메이터 출신의 케빈 리마 감독은 여기서 귀엽고 앙증맞은 강아지들과 악녀 크루엘라의 소동극을 보여준다.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강아지들의 모습이 무척 사랑스럽다.

김의찬(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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