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여성지마다 ‘박진영, 섹스는 즐거운 것’이라느니 ‘박진영, 24시간 섹스를 생각한다’는 제목들이 순진한 아줌마의 눈길을 잡아 끌더니 박진영의 앨범이 청소년에게 유해하다고 바득바득 주장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처음 박진영이 성을 논하기 시작했을 때 난 단순하게도 “역쉬 멋진 넘…한국 남자들 박진영한테 정신개조 좀 받아야 해!”라고 생각했었다. ‘아무튼 조신해야 한다’는 보통의 남자들에 비해 왠지 개방적이고 세련되고 쿨해 보였던 거다. 그런데 슬슬 오버를 하기 시작하더니만 남자 구성애가 된 것인지, “성이란?…”을 외치기 시작하면서 듣기 불편해졌다. “저 넘이 앨범 팔려고 작정을 했나?…”미루어 짐작할 뿐…
그런데 기윤실(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란 단체에서 박진영 노래가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주장을 펴면서 온통 매스컴마다 박진영 노래가 청소년에게 유해하냐, 아니냐로 도배를 하기 시작했다. ’박진영 판 자~알 팔리겄다’ 생각하며 별 관심없이 지켜보던 중 급기야 어젠 KBS의 ‘시사난타 세상보기’를 보게 되었다.
한마디로 코미디였다.
토론도 문화라더니…다른 사람이 무슨 얘기를 하건 귀 딱 막고 앉아 자기 주장만 되풀이하는 사람, 토론의 주제와는 동떨어진 얘기를 잘도 떠드는 사람, 남의 말 잘라먹는 건 기본…
게다가 별 말도 안되는 소리라니! 청소년 대표로 섭외된 여학생에게 ‘청소년이 성을 누린다는 게 뭐냐?’ ‘박진영 노래를 성교육 교재로 쓸 수 있겠냐?’고 묻는 한심한 아저씨들하고 무슨 놈의 토론을 하나? 박진영이 성교육 교재 출판위원장이라도 되나? 가요가 교재로 쓸 수준이 되어야 한다면 우리나라 가요는 모두 건전가요가 돼야 한단 말인가?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기준은 또 뭔가? 토론자로 나선 아저씨는 박진영의 앨범을 구제역에 비유를 하던데 음…그렇다면 고교시절 ‘채털리 부인의 사랑’을 비롯한 온갖 부인 시리즈를 몰래 독파한 나 같은 사람은 지금쯤 음란주부로 변신해 남편 몰래 원조교제라도 하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참 별 일에 다 열을 내는 사람들이다 싶었다. 열 낼수록 박진영은 더 세련되고 냉소적으로 성을 얘기하고, 그럼 박진영 앨범에 대한 호기심은 모락모락 커진단 사실, 모르시나?
박진영 노래가 순진한 청소년들을 망가뜨릴 만큼 음란하고 불건전한 것인지, 이미 서른 살이 된 난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정의와 도덕의 수호천사가 된 양 바락바락 자기 주장만 하는 사람들 역시 청소년들에게 그다지 도움이 되진 않을 것 같다. 청소년에게 유해한 것이 오직 ‘성’뿐인가? 다른 사람 얘기는 듣지 않고 내 목소리만 높이는 것, 다른 사람의 창작에 대해 이리저리 딴지 거는 문화 역시 청소년에게 유해한 것 아닌가?
박진영이 ‘성’을 어떻게 포장했는가보다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냐가 더 중요한 문제다. 사람들에겐 모두 나름의 가치판단기준이 있는데 몇몇 정의의 사도가 정한 기준으로 딱지를 붙이고 판매를 금지시킨다고 사람들 머리 속까지 정리할 수 있나?…청소년들이 그렇게나 단순하고 수동적인 존재인가? 참, 날도 더운데 에너지가 남아도시는 분들 같아 부러울 뿐이다.
조수영 <동아닷컴 객원기자> sudatv@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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