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인 MBC출연거부 사태 '피자'의 갈등

  • 입력 2001년 7월 4일 18시 35분


“거대한 ‘유탄’을 맞은 셈이죠. 앞으로 어떻게 연예인을 섭외해야 할지 난감할 따름입니다.”(MBC의 어느 예능PD)

한국연예인제작자협회에 소속된 연예인 매니저 250여명이 3일 자신들이 관리하고 있는 가수 탤런트의 MBC 출연을 거부하기로 결의(4일자 A31면 보도)한 가운데, 예능국 PD들이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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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들의 보이콧을 유발한 것은 ‘시사매거진 2580’ 제작부서인 보도제작국이지만 정작 피해를 보게 된 것은 예능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능국 PD들은 보도제작국에 ‘할 말’은 있지만, 같은 식구인 탓에 공개적으로 속내를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MBC 예능국의 책임PD들은 4일 오전 긴급 회의를 갖고 이번 사태와 관련해 당분간 보도제작국의 대응을 지켜본 후 대처하기로 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 책임PD는 “문제의 ‘시사매거진…’ 내용을 다시 보니 그쪽(보도제작국)에서도 고민 많이 한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그러나 문제의 프로그램인 ‘한일 비교 연예인 대 매니저’가 연예계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대목도 있었다”고 전했다.

일선 제작현장의 목소리는 이와는 사뭇 다르다. 한 중견 예능PD는 “요즘 예능PD의 가장 중요한 능력은 ‘섭외력’”이라며 “어떤 스타를 동원하느냐에 따라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큰 차이를 보이는데 예상치도 못한 악재(惡材)를 만난 꼴”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예능 PD는 “요즘은 연예인 촬영장에서 몇 시간 기다린 후 출연을 부탁하는 게 다반사”라며 “내 주변에는 특정 연예인을 섭외하려고 그 어머니와 정기적으로 고스톱을 쳐주는 PD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 예능PD들은 PD와 기자 간의 해묵은 시각 차를 거론하기도 했다. 한 젊은 예능PD는 “‘일요일 일요일밤에’의 ‘게릴라 콘서트’ 코너에 가수 김건모를 섭외해놓고 제작비 1억원을 들여 장비와 인력 등을 준비했으나 김건모가 TV출연을 안하겠다는 말 한마디에 따라 거액의 제작비를 허공에 날려버렸다”면서 “이처럼 달라진 방송 여건을 보도제작국 기자들이 직시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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