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300여석을 가득 메운 시사회장의 열기에 혹시 놀라지 않았나요? 이날 많은 사람들이 몰린 것은 두 차례 등급보류 판정을 받았던 전편에 대한 관심도 작용했을 겁니다. 하지만 트랜스젠더(성전환) 연예인으로 이미 대중매체의 스타가 된 당신이 영화에 어떻게 나오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컸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영화는 ‘노랑머리 2’라는 제목을 달았지만 내용이 이어지는 속편은 아니더군요. 영화를 보면서 우선 안심한 것은 ‘○○ 부인 바람났네’ 시리즈처럼 무조건적인 당신의 육탄 공세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길지 않은 가슴노출과 라스트 신에서 또 다른 여주인공 Y(신이)와 함께 누워 있는 장면 정도였죠.
대신 영화는 트랜스젠더인 J(하리수)와 돈 버는 게 인생의 유일한 목표인 Y가 3개의 연결되는 에피소드들을 통해 사회의 음란한 시선과 폭력을 고발하려는 분위기를 풍기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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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적, 사회적인 면에서 모두 여성으로 인정받는 Y와 그렇지 못한 J 등 두 ‘여성’에게 진정한 자유를 주는 것은 남성이 아닌 여성이라는 주장도 들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배우 하리수’는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배우로서 돋보이지 못했다는 뜻이지요. 거기에는 어느 정도 감독의 의도가 있었겠지만 화석처럼 굳은 표정에 기복 없는 음성 등으로 J의 내면은 실종되어 있었습니다.
데뷔작에서 형편없는 연기를 보인 요즘의 스타들도 수두룩하다구요? 잊지 말기를 바랍니다. 당신은 트랜스젠더라는 화제성으로 그들보다 더 빠르게 뜬 만큼 더 빠르게 잊혀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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