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리뷰]만화 같은 게임 '열혈강호'

  • 입력 2001년 7월 16일 16시 29분


만화 영화를 보는 듯한 매끄러운 스토리 전개가 매력인 <열혈강호>는 인기 무협만화 '열혈강호'를 게임화한 것이다. 롤플레잉 게임인 '드로이안' 시리즈로 유명한 'KRG'소프트에서 만든 작품으로 무협만화를 주제로 삼아서 캐릭터들의 코믹한 연기가 돋보인다.

게임 <열혈강호>는 아름다운 외모의 여성 '담화린'이 실종된 할아버지를 찾아 길을 떠나면서 시작한다. 여인의 몸으로는 무림을 여행하기에 불편하다고 판단한 담화린은 남장을 하지만 무자비한 살인으로 현상금이 걸린 '마검랑'과 겉모습이 비슷해서 현상금 사냥꾼들의 추격을 받는다.

담화린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친구들의 도움을 받는데 그중 원작의 주인공이었던 '한비광'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담화린의 연인으로 등장하는 한비광은 무림을 양분하고 있는 사파 세력의 총수 '천마신군'의 여섯 번째 제자다. 신중하기보단 잔머리 굴리기에 뛰어나고 말만 앞세우는 졸장부지만 냉정하고 이지적인 담화린과 어울리면서 게임에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열혈강호>는 캐릭터의 경험치를 올리기 위해 플레이 시간의 대부분을 부수고 죽이는데 보내는 종래의 롤플레잉 게임과 다르다. 캐릭터의 능력치보다는 이야기의 큰 줄기에 몸을 싣는 어드벤처 게임과 비슷한 진행인데 실종된 할아버지를 찾고 신비에 싸여있는 집단 '신검교'와 '신지'의 비밀을 푸는 것이 게임의 주제. 원작과 조금 다른 설정이지만 원작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코믹하게 재구성 되어 게임에 흠뻑 빠져들게 한다.

<열혈강호>의 전투는 액션 롤플레잉인 '젤다의 전설'과 비슷하다. 턴제로 이루어지는 전투가 아니라 액션게임처럼 칼을 휘둘러 적을 쓰러뜨린다. 여기에 특수공격인 초식이 어울려 <열혈강호>만의 독특한 전투가 만들어진다.

초식은 보통 공격하는 순서를 나타낸다. 배기와 찌르기를 순서에 맞추어 사용하는 것이지만 <열혈강호>에서는 그 쓰임새가 다르다. 초식을 쓰면 그 순간은 무적이 된다. 그래서 상대방의 공격을 반격할 때 쓰면 제격이다. 초식마다 효과도 다르다. 한사람만 공격하는 '화룡참'과 포위되었을 때 효과적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유운과봉'등 여러 가지 초식이 있다. '다이렉트 3D'의 광원효과를 사용해서 초식을 쓸 때마다 연출되는 화려한 특수효과도 압권이다.

<열혈강호>는 약 공격과 중 공격 그리고 강 공격 등의 버튼을 조합해서 기술을 만든다. 버튼을 누르는 순서에 따라 서로 다른 통상기가 만들어진다. 그러나 게임을 진행할수록 통상기는 무용지물이 된다. 통상기를 쓰면 반격 당해 에너지만 소모하기 일쑤다. 그래서 초식위주로 게임을 진행해야 큰 어려움이 없다.

<열혈강호>의 조작은 키보드보다는 조이스틱이나 패드로 하는 게 낫다. 정교한 조작보다는 순발력을 요구하며 행동반경도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키보드 이외에 어떠한 보조 입력장치도 지원하지 않는다. 어렵다기보다는 불편한 조작감이 아쉽다.

<열혈강호>에서 거의 모든 대사는 음성지원된다. 최덕희나 박일 등 국내 유명 성우들이 더빙했다. 유난히 개성이 강한 캐릭터들이 많은<열혈강호>지만 코믹한 연기까지 무리 없이 소화해 한편의 만화영화를 보는 듯 하다.

어려운 퍼즐과 캐릭터의 능력치를 위해 게임 대부분의 시간을 투자했던 기존의 롤플레잉과 다르게 스토리를 즐기는 것에 중점을 둔 <열혈강호>는 신선한 게임이었다. 그러나 2D로 이루어진 배경과 3D로 제작된 캐릭터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어색한 화면은 아쉬운 대목이다.

이야기 전개에 중점을 두었다고 하지만 자유도가 떨어져 게임진행도 답답하다. 스토리에 상관없는 곳은 갈 수도 없고 이야기 전개와 관계없는 전투와 이벤트가 어색하다.

<열혈강호>는 멋있는 그래픽으로 무장한 최근에 게임들에 비하면 초라해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조금만 게임을 진행해보면 원작과 필적하는 재미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강용구<동아닷컴 객원기자>kyk5755@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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