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파일’과 함께 돌아온 두 사람이 있다. 94년부터 7년여를 남녀 주인공 멀더와 스컬리 역으로 살아온 성우 이규화와 서혜정이다. 82년 KBS 성우공채 입사동기인 두 사람은 성우 인생의 절반 가까이 멀더와 스컬리로 살아왔다.
‘X파일’은 골수 팬이 적지 않다. 녹음이 있는 날이면 멀리 제주에서 올라오는 사람까지 매번 6∼8명의 팬들이 녹음현장을 찾아올 정도. 이들은 ‘X파일’을 먼저 본다는 즐거움 못지 않게 이규화와 서혜정을 보는 즐거움도 크다.
열혈팬 신동주씨(27·여)는 “두 사람의 목소리 더빙이 빠진채 ‘X파일’을 보는 것은 ‘앙꼬없는 찐빵’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멀더역의 이규화는 멀더처럼 키가 크고 인상도 비슷할 뿐 아니라 뭔가 한가지에 몰두하면 한없이 빠져드는 성격까지 닮았다는 게 서혜정의 설명. 다만 술담배를 일체 하지않는 멀더와 달리 술을 좋아한다는 점이 다르다.
서혜정은 158㎝의 단신인 스컬리역의 질리언 앤더슨과 키가 똑같고, 성격도 딱 부러지는 스컬리를 닮았다. 하지만 ‘쉴 때는 집에서 보고서를 읽는다’는 스컬리와 달리 남자문제에 정통한 연애박사라고.
두 사람이 꼽는 ‘X파일’ 최고의 명작은 98년 방영됐던 ‘포스트모던 프로메테우스’. 흑백화면을 배경으로 셰어의 노래 ‘워킹 인 멤피스’에 맞춰 멀더와 스컬리가 로맨틱한 춤을 추는 마지막 장면이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 장면에선 멀더와 스컬리간 대사는 한마디도 없었다는 것이 팬들의 증언.
미국에서 8시즌째가 방송되고 있는 ‘X파일’은 9시즌 부터는 멀더와 스컬리가 퇴장하고 새로운 주인공이 등장한다. 따라서 두 주인공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대사 “멀더, 거기 어디에요?”와 “스컬리, 나요”의 목소리도 9시즌 부터는 들을 수 없게 됐다.
하지만 두 사람이 정작 섭섭해하는 것은 6시즌까지 ‘X파일’이 방영되던 월요일 밤11시 시간대를 되찾지 못한 것.
“‘X파일’ 때문에 월요병을 몰랐는데 금요일 자정으로 옮기는 바람에 제대로 시청할 수 없다는 항의가 빗발치고 있어요. 제발 저희들의 시간을 되찾아주세요.”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