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라노는 최근 개봉한 영화 ‘쥬라기공원3’에서 무명의 공룡에게 무참히 깨지며 망신살이 뻗쳤는가 하면, 실제로 티라노보다 더 큰 육식 공룡의 화석이 발견돼 ‘사상 최강’이라는 명예에 금이 가고 있다. 심지어 과학자들은 요즘 티라노를 솜털이 보송보송한 앙증맞은 모습으로 그리기도 한다.
과연 티라노사우루스는 ‘공포의 제왕’이라는 왕관을 벗을 것인가.
‘쥬라기공원3’에서 티라노의 목을 물어 죽인 스피노사우루스는 실제로 9500만년전인 후기 백악기에 살았던 거대한 육식 공룡이다. 90년대 중반까지 큰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쥬라기공원2가 개봉한 뒤인 98년 북아프리카에서 400여개의 뼈조각이 한꺼번에 발견되면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쥬라기공원3도 이때의 발굴을 기초로 제작됐다.
그러나 공룡 전문가들은 스피노가 실제로 티라노를 이기는 것은 무리라고 말한다. 우선 스피노(11m)는 티라노(12m)보다 덩치가 1m 더 작다. 또 스피노는 주둥이가 납작하고 100여개의 작은 이빨이 안쪽으로 향해 있어 대형 공룡 보다는 물고기를 주로 잡아먹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단 전문가들은 ‘사냥꾼’ 티라노의 손을 들어준다.
그렇다면 티라노의 경쟁자는 없을까. 티라노가 가장 큰 육식공룡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모로코에서 발견된 카카로돈토사우루스가 티라노보다 1.5m정도 더 크다. 아르헨티나에서 발견된 기가노토사우루스도 티라노보다 2m 더 긴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들 역시 티라노를 상대하기에는 힘에 겨워 보인다. 키만 컸지 싸움 실력은 티라노가 한 수 위다. 티라노는 머리 구조가 빈틈없이 단단하게 생겼고, 턱의 힘이 워낙 세 한번 물면 쉽게 빠져나오지 못한다. 그러나 다른 공룡은 티라노보다 키는 커도 턱 힘도 약하고, 뇌도 절반에 불과해 머리가 나쁠 것으로 보인다. 이빨도 티라노가 더 길다. 과거 복싱선수 타이슨이 자신보다 덩치 큰 상대방을 한 주먹에 눕히는 장면이 연상되는 상황이다.
한편 최근 공룡 과학자들은 새끼 티라노사우르스의 피부에 새처럼 깃털을 심는 일이 많다. 화석 발굴 결과 진화된 여러 육식 공룡들이 깃털을 갖고 있다는 새로운 사실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공룡을 새의 조상이라고 하는 이유중 하나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이융남 박사는 “아직 화석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티라노도 매우 발달한 육식공룡이었으므로 털을 갖고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이 많다”며 “덩치가 작은 새끼 때는 체온조절용으로 솜털이 있다가 덩치가 커지면 털이 빠졌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밖에도 쥬라기공원3에는 1,2편이후 공룡에 대해 새로 알려진 사실들이 많이 등장한다.
우선 공룡의 색깔. 많은 학자들은 새의 조상인 공룡이 새처럼 다채로운 색깔을 가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1,2편만 해도 공룡은 주로 황갈색이나 초록색 등 어두운 색깔이 많았다. 그러나 쥬라기공원3를 보면 주인공이 공룡의 배설물에서 휴대폰을 찾을 때 붉은 색을 띠는 울긋불긋한 공룡이 나오고, 강 옆에 살던 초식 공룡들도 1,2편보다 훨씬 화사해졌다.
쥬라기공원3의 새로운 주인공 익룡도 예전에는 글라이더처럼 하늘을 나는 것으로 생각됐다. 그러나 이제는 익룡이 근육을 이용해 날개를 움직여 하늘을 난다는 것이 정설이다. 영화에 나오는 익룡인 프테라노돈도 근육을 꿈틀거리며 멋지게 하늘을 날아다닌다.
한가지 주의할 점. 익룡은 공룡이 아니다. 익룡은 파충류이기는 하지만 공룡과는 사촌쯤 되는 별개의 동물이다. 물속에 사는 수장룡과 어룡 역시 공룡이 아니다. 땅 위에서 곧은 다리로 걸어다니는 중생대 파충류만이 ‘진짜’ 공룡이다.
<김상연동아사이언스기자>dre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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