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MBC '상도' 베이징 촬영현장 "현지 엑스트라가 애물단지"

  • 입력 2001년 8월 5일 18시 38분


“준뻬이, 이 얼 싼 카이쓰!(준비, 하나 둘 셋 큐!)…. 아니, 다시 한번 갑시다.”

7월30일 중국 베이징(北京) 인근에 위치한 오픈세트장에서는 10월말 방송 예정인 MBC 대하사극 40부작 ‘상도’(연출 이병훈, 극본 최완규)를 촬영하고 있었다. 이번 드라마를 위해 세트장에는 청나라 옌칭(燕京)의 저잣거리 모습이 그대로 재현됐다.

섭씨 38도의 폭염 속에 ‘상도’ 촬영장에 동원된 중국 현지 엑스트라는 총 200명. 이병훈 PD는 수시로 카메라 위치를 바꾸고 엑스트라들의 동작 하나하나를 지시하느라 목이 다 쉬었을 정도.

그는 “다섯 명의 통역원을 동원하고 있지만 언어 소통에 애로사항이 많아 오전 6시간 동안 한 컷밖에 못 찍었다”며 “중국 사람들이 툭하면 ‘물을 달라’며 자리에 주저앉거나 더위를 피해 다른 세트장으로 숨어들어 촬영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이날 카메라에는 낙타를 탄 위구르족과 다양한 행상들의 모습이 담겼다. 그리고 몽골 여인의 삼지창 묘기를 보며 환호하는 군중 장면도 촬영됐다.

세트장에는 주인공 임상옥 역의 이재룡을 비롯해 김현주(박다녕) 이희도(허삼보) 맹상훈(황집사) 한희(장미령) 등 연기자들이 며칠째 밤을 새며 촬영에 임하고 있었다.

이재룡은 “MBC ‘조선왕조 오백년’에서 잠시 등장했던 게 사극 출연의 전부인데 주인공으로 낙점돼 기쁘다”며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상술에 능했던 임상옥으로 변신하는 작업은 연기자로서 부담스럽긴 하지만 최선을 다해 연기에 몰두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송도 거상 박주명(이순재)의 딸 박다녕 역을 맡은 김현주는 “재미있을 것 같아 도전하긴 했는데 막상 대본 연습을 하고 보니 너무 어려워 도망치고 싶은 심정”이라며 사극 연기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밖에 ‘상도’에는 다녕을 돕는 황집사에 맹상훈, 의주 만상 홍득주(박인환)의 부하인 허삼보에 이희도, 사당패에 김용건 등이 연기를 선보인다.

100만부가 넘게 팔린 최인호의 동명(同名)소설을 극화한 ‘상도’는 지난해 62.5%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사극 ‘허준’ 팀이 의기투합해 만든 작품. 제작진은 임상옥에 관한 역사 자료가 부족해 소설에서 30%, 나머지는 국내외 대기업가들의 성공사례를 참고할 계획이다.

이병훈 PD는 “‘허준’의 대성공 때문에 방송국 내에서 ‘상도’가 잘 되면 당연하고 안되면 역적이 되는 분위기라 어깨가 무겁다”며 “상인으로 크게 성공한 뒤 모든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 임상옥을 통해 진정한 상인 정신과 경제정의의 모범 사례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10월29일 첫 방송(월 화 밤 9·55)을 목표로 하고 있는 ‘상도’의 경쟁 상대는 SBS ‘여인천하’. 재미있는 경제 드라마를 표방하는 ‘상도’가 현재 40%대의 시청률을 기록 중인 SBS ‘여인천하’를 넘어설 수 있을지, 그 결과가 주목된다.

<베이징〓황태훈기자>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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