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의 음악 'We will rock you'에 맞춰 박수를 치며 환호하는 관중들.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말. 자신의 키보다 긴 창을 들고 상대방을 매섭게 노려보는 기사. 14세기 중세 유럽 '검술·마창대회' 경기장의 모습이다.
윌리엄은 기사가 돼서 검술·마창대회에 출전하는 것이 꿈이다. 하지만 대회에는 3대에 걸친 귀족만이 출전할 수 있다. 지붕수리공의 아들이며 엑터경의 하인인 윌리엄으로서는 대회 출전은 꿈도 꿀 수 없는 일.
그러던 어느날 윌리엄에게 운명적인 기회가 찾아온다. 대회 도중 갑자기 죽은 엑터경 대신 윌리엄이 출전하게 된 것. 이 대회에서 우승한 윌리엄은 뛰어난 기사가 돼 운명을 바꿀 것을 다짐한다. 이후 그는 동료이자 친구인 롤랜드와 와트의 도움으로 한달간의 혹독한 기사 훈련을 마친다.
시인을 자칭하는 도박꾼 쵸서의 도움으로 울리히 경이라는 가짜 작위로 경기에 출전한 윌리엄. 그는 가는 곳마다 승승장구하며 영웅이 된다. 명예도 얻고 아름다운 여인 죠슬린의 사랑도 얻게 된 그는 운명을 바꾸는데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연적 에드해머 백작이 그의 출신을 폭로하는 바람에 형틀에 묶이게 되는 윌리엄. 과연 그는 바램대로 운명을 바꿀 수 있을런지….
영화 '기사 윌리엄'은 퓨전음식과 같은 맛을 선보인다. 장중한 중세 배경에 흐르는 경쾌한 20세기 록음악, 중세에도 있었을까 싶은 현대적인 파도타기 응원, 갑옷에 새겨진 나이키 심벌과 유사한 문양이 복합적인 매력을 선사하기 때문. 여기에 선남선녀의 사랑 이야기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장면이 버무려져 신선한 맛을 더한다.
특히 퀸의 'We are the champions', 에릭 클랩튼의 'Futher on up the road' 등의 현대 음악은 중세 시대극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선입견을 무너뜨리고 오히려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을 만드는데 기여한다.
하지만 132분이라는 긴 상영시간 때문일까. 후반부로 갈수록 지루함이 느껴진다. 유머는 관객들을 한바탕 웃게 하기엔 모자라고 틀에 박힌 영웅의 이야기는 식상하다. 또 남녀 주인공의 연기는 관객들을 스크린에 묶어 놓기에는 역부족이다.
퓨전음식 '기사 윌리엄'은 독특한 맛을 선보이긴 하지만 재료와 양념은 제각기 겉도는 듯 보인다. 'LA 컨피덴셜'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한 브라이언 헬져란드가 각본과 감독, 프로듀서까지 맡은 작품.
24일 개봉, 12세이상 관람가.
이민주·이희정<동아닷컴 기자> groce1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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