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VJ출신 이상은, 낯선 직업 'TAR' 개척한다

  • 입력 2001년 8월 13일 18시 32분


“도대체 ‘TAR’이 뭐하는 직업이죠?”

국내 최초의 ‘TAR’(Talent & Artist Relations의 약자)로 활동 중인 음악전문 채널 ‘MTV’의 이상은(29·사진)은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 미국과 일본의 음악 방송에서 보편화된 TAR은 쉽게 말해 방송작가와 PD를 종합한 역할로 보면 된다.

“음악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게 제가 하는 일입니다. 일반 PD와 다른 점은 기획에서 섭외까지를 혼자 도맡고 있는 점이지요. 그러려면 우선 연예계 흐름을 잘 알아야 하잖아요. 그래서 가수에 관한 각종 정보 등을 수집하기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니느라 발에 불이 날 지경입니다 신인을 발굴해 프로그램에 출연시키는 것도 TAR이 할 일이지요.”

이상은이 TAR로 나선 것은 그의 과거와 연관이 있다. 연세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95년, 음악 전문 케이블 TV m-net에서 VJ(비디오자키) 2기로 활동하면서 음악과 관련한 다양한 노하우를 쌓은 것.

“요즘 VJ는 춤을 추며 대본을 읽으면 그만이지만 초창기 VJ는 ‘1인 다역’을 해야만 했어요. 4년 넘게 진행과 함께 가수에 대한 자료 조사와 인터뷰를 혼자 해결하다 보니 머릿속에 ‘연예인 정보방’이 만들어지더군요.”

사업가인 아버지를 따라 독일 리비아 등 외국에 10여년간 살면서 영어와 일어에 능통하는 것도 이상은의 장점. 외국 음반사와 직접 연락을 취해 협조를 구하는가 하면 통역 없이 해외 가수들과 인터뷰를 할 수 있다.

지난해 VJ 생활을 마감한 이상은은 인터넷 음악방송 사업에 도전했다가 1년만에 문을 닫는 아픔도 겪었다. 하지만 일본으로 음악 디렉터 공부를 떠나려던 그에게 음악방송 TAR은 또 한번의 기회로 다가왔다.

“음악 관계자들에게 TAR을 설명하느라 진땀을 흘리긴 해도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데 자부심을 느낍니다. 이젠 카메라 앞의 VJ 이상은이 아니라 대중음악의 흐름을 전달하는 TAR로 기억되고 싶어요.”

<황태훈기자>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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