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하트 브레이커스', 꽃뱀 모녀의 '보이 헌팅'

  • 입력 2001년 8월 16일 18시 39분


모녀 꽃뱀?

영화 ‘하트 브레이커스’는 ‘에일리언’ 시리즈의 여전사 시고니 위버와, 3세때 연예계에 데뷔한 ‘할리우드 키드’ 제니퍼 러브 휴이트가 2인조 사기범으로 등장하는 코미디.

직업의 성격상 어쩔 수 없지만 어머니의 딸에 대한 교육 내용이 ‘엽기적’이다. 돈 많고 수명 짧은 남자 고르기, 빠른 시간 안에 남자 꼬시기, 식당에서 유리가 발견됐다며 공짜로 밥 먹기….

이 작품이 블록버스터가 아니면서도 올해 미국 개봉 첫주(3월25∼27일) 박스 오피스에서 1위에 오르는 성공을 거둔 것은 TV 시리즈 ‘심슨 가족’의 프로듀서로 유명한 감독 데이브 머킨의 머리에서 시작된다.

전통적인 모녀의 이미지와는 딴판인 인물 설정은 관객들을 혀를 차면서도 킥킥거릴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간다. 두 모녀는 ‘동업자’임을 수시로 강조하면서도 성적 매력을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엄만, 한물갔어” “넌, 아직 풋내기야”라는 식으로.

맥스(시고니 위버)와 그의 딸 페이지(제니퍼 러브 휴이트)는 불법 중고 자동차 매매업자 딘(레이 리요타)에게 사기를 친다. 맥스가 위장결혼하면 페이지가 유혹한 뒤 현장을 적발해 위자료를 뜯어내는 수법이다.

시시콜콜한 간섭과 훈수가 귀찮아진 페이지가 ‘꽃뱀 독립’을 주장하자 맥스는 국세청 직원에게 적발돼 돈을 모두 날렸다며 거짓말을 한다.

이들은 결국 수십년 간의 골초 생활로 곧 죽을 것 같은 억만장자 텐시(진 해크먼)를 표적 삼아 마지막 합동 작전을 벌이기로 합의한다.

이 작품의 매력은 두 배우의 적당한 노출에 웃음과 감동을 각각 8대 2쯤 비율로 섞은 ‘배합’에 있다. 딸의 진정한 첫 사랑을 둘러싼 맥스의 시선은 이 작품이 무작정 생각 없이 웃기는 영화는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여전사에서 꽃뱀으로 변신한 위버와 정말 역겹게 등장하는 해크먼의 그럴싸한 연기가 인상적이다. 원제 ‘Heartbreakers’. 18세 이상 관람 가. 17일 개봉.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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