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올 봄 MBC ‘맛있는 청혼’에서 주연을 맡은 데 이어 15일부터 시작하는 KBS 2TV 새 주말드라마 ‘아버지처럼 살기 싫었어’의 주인공 장덕구 역을 맡는다. 언제까지나 귀염성 있는 아역스타인줄 만 알았는데 어느새 반듯한 주연 연기자가 된 것.
그는 ‘아버지처럼…’에서 출세의 사다리를 타기 위해 사랑하는 여자를 버리는 야심에 찬 야구선수로 등장한다. 그동안의 반듯하고 선한 이미지와는 차별화 되는 셈.
“복합적 내면연기가 필요한 캐릭터인 것 같아요. 비열해 보이는 면도 있고. 하지만 시청자들이 제게 기대하는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겁니다. 덕구가 비딱하게 나가는 것은 아버지에게 외면 받았던 어머니에 대한 사무친 사랑 때문이니까요.”
이번 연기에선 아버지(김세윤)와의 부자갈등이 주된 축. 온몸으로 아버지의 삶을 거부하기 위해 자신의 운명을 부정하지만 오랜 방황 끝에 결국 아버지와 화해하게 된다.
현실 속에서도 그는 아버지 때문에 방황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아버지의 정이 뭔지 모른다”고 토로했다. 어린 나이에 부모님이 헤어진 뒤 홀어머니 슬하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그에게 아버지 역할을 했던 것은 촬영장이었다. 데뷔 이후 12년 간 그의 놀이터이자 배움터는 학교도 아닌 촬영장이었다. 이번 드라마에 함께 출연하는 김세윤 박정수 여운계 한고은 모두 SBS 시트콤 ‘LA아리랑’에서 가족처럼 지냈던 연기자들이다.
그는 지금도 아버지에 대한 말을 아꼈다. 다만 “내가 아버지가 된다면 아들에게 친구 같은 아버지가 되고 싶다”면서 “평범하지만 화목한 가정을 꿈꾼다”는 말로 대신했다.
그는 자신에겐 촬영장에서 사귄 세 명의 형들이 있다고 소개했다. 김석훈 유지태 원빈이 그들이다. 영화 ‘북경반점’에서 만난 김석훈은 정준이 자금난에 빠졌을 때 아무 말 없이 거금을 건네줄 정도로 맏형 같은 존재다.
‘리베라메’ 등 세 편의 영화를 함께 찍으며 친해진 유지태는 평소엔 말이 없지만 그와 차만 마시면서도 대여섯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는 친형 같고, 역시 과묵하기로 소문난 원빈도 시간만 나면 그와 자전거 하이킹에 나서주는 친구 같은 형이라고 한다.
“촬영장에서 제 인생의 반 이상을 보냈어요. 주연이냐 조연이냐는 중요하지 않아요. 그저 함께 할 수 있는 연기자들을 만나는 것이 행복한 거죠.”
그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영화배우 안성기를 인생의 나침반으로 삼고 있다며 “꼭 안성기 선배님과 함께 영화를 해보고 싶다”며 씩씩한 미소를 지었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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