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기 아역배우 전호진, '인간극장' PD로 변신

  • 입력 2001년 9월 12일 18시 25분


탤런트 전호진(36)을 기억하십니까?

KBS 2TV ‘인간극장’(월∼금 오후 8·50)의 외주 프로덕션 ‘리스프로’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호진PD가 아역 배우 출신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89년 영화 ‘쫄병수첩’을 끝으로 20년 가까운 연기 생활을 마감했기 때문이다.

“부무님 권유로 연기에 몸을 담게 됐지만 어느날 회의가 생기더군요. 얼굴을 팔면서 스스로를 너무 혹사했다는 생각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자고 마음먹었죠.”

그의 배우 경력은 화려하다. 여섯 살때 영화 ‘아빠하고 나하고’에서 고 김진규의 아들로 출연해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얼어죽는 연기로 심금을 울렸고, TV드라마 ‘안국동 아씨’ ‘교동마님’ ‘장희빈’ 등에서 세자 역을 도맡기도 했다.

중앙대 연극영화과 졸업 후 91년부터 3년 간 일본 와세다대 대학원 문학부에서 영화를 공부한 전호진은 연기를 그만 둔 뒤 94년부터 MBC의 ‘밤의 문학산책’, Q채널의 ‘한국의 시인들’의 연출을 맡아 한국을 대표하는 문인들을 영상에 담아내기도 했다.

지난해 5월부터 ‘인간극장’ 팀에서 뛰고 있는 전호진은 5회분 다큐 미니시리즈 한편을 만들기 위해 2개월을 투자한다. 작가, 카메라맨과 한 팀이 돼 한 달 동안 기획하고 나머지 한 달은 촬영 편집을 해야 한다.

1년 일정으로 세계일주를 떠난 이성 서울시정기획단장 가족, 재기를 꿈꾸는 마라토너 김완기, 그리고 지난주 방영된 해병 교육 훈련장 등이 전호진의 작품들. 해발 3500m의 페루 지역을 도보로 통과하는 이성 씨 가족을 취재하다 고산병으로 쓰러진 것이나 해병 훈련소 교관들과 친해지기 위해 한달 내내 훈련소에서 살다시피 했던 것을 뜻깊은 추억으로 꼽았다.

아직도 연기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연기나 연출은 ‘카메라 앞에 있거나’ 혹은 ‘뒤에 있거나’의 미세한 차이”라면서 “연출가로 좀더 경력을 쌓은 뒤 영화를 제작하고 싶다”고 말했다.

영화 한 편 출연에 2000만원을 받던 시절에 비하면 요즘의 수입은 초라하다. 바쁘게 사느라 아직 결혼도 못했지만 전호진은 이 생활이 즐겁다. 몸은 피곤해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작업’이 행복하기 때문이다.

<황태훈기자>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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