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터뷰]남희석 "최고 출연료에 나도 놀랐어요"

  • 입력 2001년 10월 9일 18시 18분


얼마전 KBS가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서 KBS가 가장 많은 출연료를 지불한 것으로 밝혀진 연예인은 개그맨 남희석(30)이었다. 그는 KBS 2TV ‘멋진 친구들’ 등에 출연하면서 2000년 한 해 동안 KBS로부터 2억9800만원을 수령해 ‘하회탈 인기’를 증명했다. 출연료 면에서 서세원과 최수종 등 쟁쟁한 연예인 선배들을 제친 것.

남희석은 이에 대해 ‘자신도 놀랐다’는 표정이었다. “장모님이 어떻게 아셨는지 ‘그 돈 다 내 놓으라’고 하시더군요(웃음). 하지만 출연료의 40%가 세금이고 나머지의 30%가 소속사에 들어가기 때문에 실 수령액은 얼마 안돼요.”

TV 속에서나 실제 만나보나 그의 ‘능청’은 마찬가지다. 최근 그에게는 전과 달리 ‘여유’가 묻어난다. 지난해 8월 치과의사 이경민씨(26)와 결혼한 뒤 생활의 안정을 얻은 덕분일 것이다.

#내년 3월 아기 아빠 된다

“결혼한 뒤 많이 변했다는 말을 자주 들어요. 예전에는 나이 어린 매니저들이 열 번 잘못하면 열 두 번을 혼내줬는데 요즘은 거의 화를 안내죠. 다른 사람과 말다툼하는 횟수도 줄어들었습니다. 점잖아졌다고나 할까요.”

요즘 남희석은 자나깨나 ‘2세 생각’ 뿐이다. 내년 3월에 탄생할 아기가 그저 건강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는 “초음파검사에서 발 크기가 2.5㎝에 불과한 자식을 바라보니 감회가 새로웠다”며 “앞으로 아들 딸 합해서 3남매 정도 낳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아기를 상상하고 있을까? ‘아들이면 아빠를 닮고, 딸이면 엄마를 닮았으면’ 하는 게 희망사항이지만 그 반대일 경우 ‘치명타’가 될 것 같다면서도 연신 싱글벙글이다.

남희석은 11월에 있을 방송사들의 가을 프로그램 개편에서 기존 SBS ‘장미의 이름’(토 밤 9·50) 외에 SBS ‘초특급 일요일만세’의 새 진행자로 낙점됐다. KBS 2TV의 신설 버라이어티 쇼 등에도 스카웃 제의를 받은 상태.

#개그맨은 나의 천직

지난해 ‘출연료 1위와 결혼 골인’이라는 겹경사를 맞았지만 지난 한 해가 그에게 마냥 행복했던 건 아니다.

SBS 토크쇼 ‘색다른 밤’이 모 시민단체로부터 ‘최악의 프로그램’에 뽑히는 불명예를 안았던 것. 그는 지난해 동아일보에 보내온 장문의 반성문(9월28일자 C12면에 게재)에서 “선정적인 단어 사용 등 잘못한 부분은 인정하지만 개그맨 진행자를 ‘저질’이라는 이름으로 자꾸 쓰러뜨리기보다는 애정을 갖고 지켜 봐달라”고 밝힌 바 있다.

‘저질 MC 시비’ 이후 남희석은 잠시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다. 출연하던 지상파 방송사 5개 오락 프로그램을 2개로 줄였고, 그나마 출연하던 프로그램에서도 말장난을 자제하거나 상대방의 말을 신중하게 듣는 경우가 많아졌다.

“너무 바쁘게만 뛰어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는 88열차에서 내려 천천히 가야겠다’고 마음먹었죠. 그래서 시간이 나면 아내와 낚시를 함께 다니며 마음을 비웠습니다.”

#자연스러운 웃음이 최고의 개그

1991년 제 2회 대학 개그제에서 은상을 차지하며 데뷔한 그는 올해로 개그맨 생활 11년째다. 하회탈 웃음으로 근근히 이름을 알려가던 남희석이 주목받은 것은 1997년 SBS 오락프로그램 ‘좋은 친구들’을 통해서다.

이 프로에서 그는 ‘빠라바라바라밤’이라는 유행어를 만들고 ‘비교체험 극과 극’ 코너를 통해 전국을 돌아다니며 맛깔스러운 진행실력을 보여주었다. 이어 출연한 KBS 2TV시트콤 ‘멋진 친구들’의 성공으로 남희석은 ‘7년여 무명 개그맨의 설움’을 단번에 날려버렸다.

이제 30대에 들어선 남희석은 상대방을 배려하는 웃음을 생각하고 있다. 후배를 키워주며 자신도 빛나는 개그를 선보이는 전유성 이홍렬 최양락 같은 선배들을 벤치마킹하는 것도 그런 이유.

남희석만의 웃음을 만드는 비법은 “내가 많이 웃으면 된다”는 것. 하회탈처럼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저절로 미소짓게 만드는 자연스러움이 그의 웃음 철학이다.

이탈리아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 주연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가 슬프고도 아름다운 코미디여서 감명 깊었다는 그는 10년 후 자신의 모습을 이렇게 그리고 있다.

“아카데미상 시상식 사회를 보던 코미디언 겸 배우 빌리 크리스털처럼 대종상 영화제 진행을 맡으며 ‘하회탈 미소’를 짓고 있겠죠.”

<황태훈기자>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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