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터뷰]홍수현 "저 요즘 심각해요"

  • 입력 2001년 10월 10일 18시 28분


탤런트 홍수현(21)은 요즘 ‘연기에 물이 올랐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 이유는 KBS 2TV 주말연속극 ‘아버지처럼 살기 싫었어’에서 첩(박정수)의 딸 진주 역을 맡아 ‘깊은’ 연기에 눈을 떴기 때문이다.

극중에서 홍수현은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서출로 태어난 한을 토로하고 있다. 그는 배다른 오빠를 향해 “우리 모녀가 누군지 네 아버지에게 물어보라”며 앙칼지게 쏘아붙이고 9년이 흐른 뒤 술집 호스테스로서 살아간다. 당차면서도 마음 한구석에 아픔을 간직한 연기를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는 것.

홍수현은 그동안 ‘코믹한 푼수’로 인식됐던 게 사실이다. 한 음료 CF에서 “아저씨는 산소 없이 살 수 있어요?”라고 능글맞게 얘기하던 모델로, 지난 4월 MBC 월화 미니시리즈 ‘맛있는 청혼’에서는 얄미운 행동을 일삼는 졸부집 규수로 웃음을 전했던 그는 ‘아버지…’를 통해 이전의 이미지를 벗어버리고 있다.

“코믹한 모습을 보여주다 보니 연기의 폭을 넓히기가 어려웠는데 ‘아버지…’에서 진지하고 무게 있는 연기를 하게 돼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제 마음속 한편에 있는 우울한 감정을 꺼내는 계기도 됐고요.”

그는 진주 역을 맡고 나서 시간이 날 때마다 대본을 크게 읽는 연습을 한다. 이 때문에 인천 그의 아파트에서는 “야밤에 웬 고함소리냐”는 이웃들의 항의가 이어졌을 정도.

신인에게 가장 어렵다는 우는 연기에 대해서도 그는 “‘진주가 나’라는 생각을 갖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눈물이 흘러나온다”고 설명한다.

그는 1998년 친구의 추천으로 ‘깨끗한 얼굴 선발대회’에 나갔다가 금상을 받은 후 연예 기획자에게 발탁됐다. 의류 CF와 조성모의 ‘다짐’ 등 뮤직 비디오에 출연하며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뒤 탤런트가 됐다.

“데뷔 2년 차여서 아직 연기가 뭔지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재미 있으면서도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게 남의 인생을 대신 사는 연기더군요.”

고현정의 ‘단아함’과 고소영의 ‘당당함’을 닮고 싶다는 홍수현은 “시청자를 감동시키는 배우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황태훈기자>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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