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분 소개로 나는 여의도를 찾았고, 97년 MBC 청소년 드라마 ‘나’에 출연하게 됐다. 그 드라마에서 나는 ‘영란 공주’ 역을 맡았는데 자신이 무척 예쁘다고 착각하는 공주병 환자였다.
고교(온양여자종합고교)에 진학한 후 한동안 진로를 놓고 고민했지만, 곧 이런 고민을 떨쳐낼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됐다.
나를 결정적으로 알리게 된 SBS 시트콤 ‘순풍 산부인과’였다. 98년부터 ‘순풍…’에 합류한 나는 극중에서 방송 작가로 나오는 권오중 선배를 짝사랑하는 허 간호사 역을 맡았다.
뚱한 표정에 고집 세고, 입에 빵을 달고 사는 ‘빵순이’였다. 아무리 신인이라지만 다소 고민되는 캐릭터였다. 극중 허 간호사는 내가 봐도 “뭐 저런 애가 다 있나”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신세대 특유의 당돌하고 적극적인 인상이 시청자에게 서서히 어필해갔다.
연기를 배워가면서 시청자들에게 좀 더 강렬한 인상을 주는 캐릭터를 맡고 싶었다.
예를 들면 반항아나 소매치기, 말기 암 환자 같은 것 말이다. 하지만 내 출세작인 시트콤을 통해 고정된 이미지를 떨쳐내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지금 출연중인 MBC 주말드라마 ‘그 여자네 집’에서도 그냥 소박하고 앙증맞은 막내 여동생 이미지다. 언젠가는 사랑에 펑펑 울거나, 바람난 남자에게 매운 맛을 보여주는, 그런 또렷한 인상을 주는 연기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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